자물쇠가 채워져 굳게 닫힌 철문, 곳곳이 부서진 철제 분리대, 둘러싼 말라비틀어진 덩굴들….
29일 오전 10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서울숲 선착장’ 입구의 풍경이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듯 보였다. 출입구로 내려가는 계단 곳곳에는 잡초가 가득했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바로 위 뚝섬한강공원 산책로와는 판이했다.
직육면체 모양의 안내판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이곳이 어떤 용도인지 알기조차 쉽지 않았다. 강변역 인근에 사는 박모 씨(45·여)는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비상시에 이용하려고 설치해 놓은 임시 시설이냐”고 되물었다.
서울시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선착장 내부로 들어가 봤다. 도교를 지나 길이가 약 50m에 달하는 유선장(遊船場·하천 등에서 유람선을 안전하게 매어두고 승객을 태우는 시설)도 휑하긴 마찬가지였다. 배전함으로 추정되는 박스에 연결된 전선 세 개는 모두 잘려 나간 상태였다. 승객들이 대기했던 유리벽 안쪽에는 녹슨 철제 책상 하나만 남아 있었다. 2005년 6월 문을 연 서울숲 선착장은 원래 한강유람선이 정박하던 곳이었다. 당시 서울숲 개장에 맞춰 함께 문을 열었다. 개장 첫해에는 3000여 명이 이곳을 이용하며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승객이 계속해서 줄었다. 2006년 1500여 명, 그 이후로는 연간 500∼600명이 타는 데 그쳤다. 2012년부터는 이용 실적이 ‘0명’으로 전락했다.
약 6년간 흉물처럼 방치된 이 시설이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강 유람선 운영업체인 이랜드크루즈의 요청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랜드크루즈가 약 1억5000만 원을 들여 방치된 유선장을 정비해 반포대교 남단 인근(현 반포 수상택시 승강장)으로 이전해 설치한다. 빠르면 연말에 철거 작업을 시작해 내년 1월 중 이전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재단장을 마치고 실제 운영이 이뤄지는 시기는 내년 4월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는 세부 운영 계획을 곧 마련해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반포 유람선 선착장이 생기면 한강 유람선의 노선 상품도 다양화할 것으로 보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반포에 선착장이 없어 유람선이 이곳을 기점으로 회항하는 상품만 있었다. 서초구도 이전을 반기는 모양새다. 세빛섬을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전되는 선착장은 세빛섬과 약 300m 떨어져 있다. 겨울철을 제외하면 달빛무지개분수를 감상할 수 있다. 반포한강공원은 서울숲 구름다리를 통해 400∼500m를 걸어서 이동하던 서울숲 선착장보다 도심 접근성이 좋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9월 말을 기준으로 한강 유람선 이용객 수는 35만 명 수준이다. 이 중 10만 명이 외국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빛섬 측에서도 외국인들의 요구를 근거로 이전 요청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규 관광객 유입과 운영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