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간) 밤 11시가 넘은 시각 프랑스 파리 메종드라라디오 콘서트홀, 1460석을 가득 채운 객석에서는 한동안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2층 관객석에서는 “브라보” 소리도 들려왔다. 문화예술의 중심지 파리에서 첫 공연을 펼친 서울시립교향악단을 프랑스 관객들은 뜨겁게 맞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이날 공연은 유럽에서 활동했던 작곡가 윤이상의 1978년곡 ‘무악’으로 시작했다. 한국의 궁중무용인 춘앵무를 상상하며 쓴 한국 전통 느낌의 선율에 서양 음악의 춤곡이 결합되면서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의 곡에 프랑스 관객들은 서서히 빠져들었다.
이어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가 연주됐다. 이미 수차례 서울시향과 ‘황제’ 협연의 경험이 있는 김선욱은 땀에 흠뻑 젖어가며 열정적으로 무대를 주도해갔다.
마지막으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이 연주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곡을 자유로우면서도 화려하게 소화한 서울시향의 연주가 끝나자 프랑스 관객들은 박자를 맞춘 열렬한 박수로 앙코르를 청했다. 서울시향은 역시 프랑스 출신 작곡가인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 중 파랑돌로 짧고 강렬하게 앙코르곡을 소화했다.
김선욱은 공연 후 본보 기자와 만나 “세계적인 관현악단과 비교해 서울시향의 가장 큰 강점은 강한 에너지와 잠재력”이라며 “이번 공연이 유럽에서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한국인이 종신 악장으로 뽑혔다”며 “유럽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이 많아지면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에 한국인이 포함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향의 파리 공연은 지난달 25일 스위스 제네바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등 3개국 5개 도시를 도는 유럽 순회공연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서울시향의 유럽 공연은 2014년 8월 BBC 프롬스 공연 이후 4년 만이었고, 프랑스와 스위스는 재단 설립 이후 첫 공연이었다. 아직 유럽에서는 낯선 관현악단의 공연이었지만 이탈리아 우디네와 프랑스 그르노블, 파리 공연은 유로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현지의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 유럽 전역에 불고 있는 K팝에 이어 K클래식의 파워와 잠재력을 확인한 무대였다.
재프랑스 음악평론가 김동준은 “한국 음악인들이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클래식의 인지도는 이미 많이 올라온 상황”이라며 “파리 공연 현장에 있는 프랑스 평론가들의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