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BRSO) 공연. 감흥을 쉬 흘려보내기 아쉬워 꾹꾹 눌러 담으려던 찰나, 폭죽음과 함께 무대에 금비가 우수수 내렸다. BRSO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관객과 단원 모두 깔깔 웃음보가 터졌다. 축제 같은 이날 공연의 화룡점정이었다.
명장 마리스 얀손스(75), 천재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이 함께하는 이날 공연은 단연 올해의 기대주였다. 공연 한 달 전 건강 악화로 얀손스 대신 주빈 메타(82)가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인도 출신으로 60년간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이스라엘 필하모닉을 거친 거장이다.
한데 메타도 지팡이를 짚고 등장했다.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음을 옮겨 의자에 몸을 뉘였다. 무대 밖에선 휠체어를 탈 정도로 쇠약했으나 불필요한 관심을 우려해 미리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숙연함으로 술렁이던 객석은 곧 연주에 몰입했다.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향한 메타의 지휘봉은 강력하면서도 매서웠고, 단원들은 따로 또 함께 귀신같은 기량을 선보였다. 키신은 오케스트라에 홀로 맞선 검객처럼 독보적 음색을 선보였다.
이 곡은 리스트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리던 파가니니의 연주에 필적할 피아노 주법을 담았다고 알려진다. 단원 두세 명이 앙상블 연주를 하는 듯한 BRSO의 흥겨운 연주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앙코르 인심’으로 유명한 키신은 이날 메타를 배려해서인지 차이콥스키 명상곡 Op.72 5번을 비롯해 2곡을 선사했다.
2부 연주곡인 리하트르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에는 더 뭉클했다. 슈트라우스의 음악적 자서전으로 알려진 이 곡은 노장 메타의 생애와 겹쳐졌다. 호기롭게 불타올랐다가 고난 투쟁 사랑을 거쳐 안식하는 선율이 따뜻하게 무대를 휘감았다.
이설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