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이 북미 최대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기업인 파커하니핀의 ‘에너지 그리드 타이(EGT)’ 사업부를 인수하며 현지 ESS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ESS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비로 전력 생산량이 일정치 않은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에 꼭 필요하다.
LS산전은 북미 법인 산하에 자회사 ‘LS 에너지 솔루션’을 설립하고 파커하니핀 EGT 사업부의 생산설비, 인력 등 유무형 자산 일체를 넘겨받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선 200억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1917년 설립된 파커하니핀은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본사가 있는 항공 및 중장비 일반 산업기계 제조사다. 2007년 시작한 ESS 사업을 맡고 있는 EGT 사업부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ESS 시스템 및 전력변환장치(PCS)의 설계와 제조, 구축 등에서 핵심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북미 지역과 유럽, 중남미 등에서 누적 공급 실적이 400MW(메가와트·PCS 기준)를 넘어서며 북미 최대 ESS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했다.
LS산전은 10년 전인 2008년 현 최고경영자(CEO)인 구자균 회장 취임 직후부터 주력 신사업으로 선택한 스마트 에너지 분야의 일환으로 ESS 사업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 오랫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꾸준한 투자 결과 최근 일본 홋카이도 태양광발전소와 삼양그룹, LS니꼬동제련 등에 ESS를 공급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2014년 현지 공식 인증기관인 UL로부터 1MW급 PCS 인증을 받으며 물꼬를 텄다. 이번 인수로 LS산전은 파커하니핀의 글로벌 영업망과 생산, 연구개발(R&D) 시설을 확보해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또 ESS 누적 공급 실적이 700MW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며 산업용 ESS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공급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ESS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따라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정보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설치될 ESS 누적 용량은 약 125GW(기가와트)로 2016년 대비 약 6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과 미국, 중국 등 8개국이 전체 설치 용량의 약 7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 회장은 “이번 인수로 LS산전의 혁신적 스마트에너지 기술 역량에 LS 에너지 솔루션의 고객 기반과 기술 노하우가 더해져 세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를 확보하게 됐다”며 “우선 글로벌 전략 지역인 북미 시장에서 가시적 사업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