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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파를 사랑한 ‘엄친아’

Posted December. 13, 2018 07:41,   

Updated December. 13, 201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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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시대나 ‘엄친아’는 있었다. 좋은 집안 배경에 공부도 잘하고 재주도 많은 데다 외모도 준수하고 게다가 따뜻한 인성까지 갖춘 엄마 친구 아들 말이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에도 그런 완벽한 엄친아가 있었다. 바로 인상파 그룹의 일원이자 후원자였던 귀스타브 카유보트다.

 1848년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카유보트는 공부도 잘했지만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20세에 법학 학위를 받고 22세에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지만 화가가 되고 싶어 25세에 명문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했다. 자신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 덕분에 돈 걱정 없이 그림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네, 르누아르, 드가 같은 동료 화가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를 열어주고 그림을 사주며 후원했다. 모네의 경우는 집세도 내줬다. 카유보트가 인상파 후원자에서 19세기 파리 도시 풍경을 가장 잘 포착한 인상주의 화가로 재평가받은 건 그의 사후 70년이 지나서였다.

 그의 대표작인 이 그림은 비 오는 겨울날 오후, 파리 더블린 광장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도로는 넓고 반듯하게 정비됐고, 광장은 5, 6층짜리 세련된 건물들이 에워싸고 있다. 우산을 쓴 멋쟁이 파리지앵들은 날씨에 개의치 않고 아름다운 파리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붓질과 빛의 효과를 중시했던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달리 그는 사실주의적이면서 독특한 구도와 대담한 원근법 사용을 강조했다. 일찌감치 사진을 예술의 형식으로 인식했기에 그림도 스냅사진 구도로 그렸다. 그림 속 커플 앞을 지나가는 뒷모습 남자의 몸 절반이 잘려 나간 이유다.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인상파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고 후원자로 살았던 그는 46세에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소장품 68점을 모두 국가에 기증한다는 유언을 남긴 채. 그가 친구들을 돕기 위해 수집했던 주옥같은 인상파 명화들은 현재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