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Military), 폭락한 시장(Market), 언론(Media), 뮬러(Mueller) 특검….
알파벳 M으로 시작하는 이 네 가지 M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4M’으로 축약되는 정치, 경제, 사회적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국면을 더 악화시키는 분위기다.
○ 트럼프 궁지로 몰아가는 ‘4M’
20일(현지 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퇴임 서한이 공개된 뒤 CNN이 전한 4M의 첫 번째는 군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 이어 매티스 장관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나의 장군들’이라고 부르며 신뢰했던 장성 출신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떠나는 행정부 난맥상을 지적한 것. 특히 매티스 장관은 사임 편지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일갈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에 사실상 공개 반기를 들었다.
연일 주저앉고 있는 뉴욕증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돋우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설까지 돌면서 지난주 증시는 나스닥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수들이 모두 7%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대통령이 (연준 의장의) 해임을 지시한 적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증시 활황을 경제성장이라는 치적의 주요 근거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애가 타는 상황이다.
자칫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에 대한 수사도 막바지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는 인사들이 특검에 협조하면서 수사망이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류 언론들은 이런 백악관 안팎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정부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비난에도 거침없이 비판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CNN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 불능의 권력으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최고의 교란자(disruptor-in-chief)”라고 악평했다.
여기에 국경 장벽 예산안 충돌로 촉발된 연방정부 셧다운에 대한 정치권 및 워싱턴 조야의 공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백악관은 당초 50억 달러(약 5조6200억 원)로 요구하던 예산안을 20억 달러로 낮추는 수정안을 민주당에 내민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열 받은 트럼프, 예정 앞당겨 국방장관 교체
난관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짜증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는 23일 트위터를 통해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부장관을 내년 1월부터 국방장관대행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충분한 인수인계 기간을 두기 위해 2월 말에 물러나겠다고 한 매티스 장관의 사퇴를 두 달 앞당겨서 잘라버리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매티스 장관의 사임 소식을 알리며 “재임기간 많은 기여를 했다. 그에게 감사를 표시한다”고 했지만 이후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며 격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항공사 보잉의 수석 부사장을 지낸 민간 출신의 섀너핸 부장관은 지난해 7월부터 국방부 2인자 자리를 맡아왔다. 잇단 의견 충돌로 매티스 장관과 대화가 끊긴 트럼프 대통령은 섀너핸 부장관의 장관대행 임명 소식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대신 전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