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이고 정책이지만 북한 정권에 이용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이 큰 엘리엇 엥겔 신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뉴욕·사진)은 13일(현지 시간) 본보 및 채널A와 만나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 국회의 한미동맹 강화사절단과 간담회를 마친 뒤에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다.
엥겔 위원장은 “미국이 어떤 조치나 결정을 하기 전에 한국에 조언을 구하고 매우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며 한미 공조를 역설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새로운 비핵화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엥겔 위원장은 이날 한국계 앤디 김 의원(민주·뉴저지)과 그레이스 멍, 캐럴라인 멀로니, 톰 수오지 등 민주당 친한파 의원 5명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을 방문한 국회 ‘한미동맹 강화사절단’과 1시간이 넘는 간담회를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김경협 표창원 의원과 자유한국당 함진규,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이 참석했다.
사절단을 이끈 박영선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용기를 갖도록 미국 민주당의 응원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약간의 당근을 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교류 협력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미국이 너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중국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 미묘한 시점”이라며 미 의원들을 설득했다. 수오지 의원은 “개성공단 아이디어에 대해 나중에 얘기해 보자”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엥겔 위원장은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폐기에 정말로 진지하지 않다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로 만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 측면에서 진실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관계에 대해 더 큰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 국기가 걸렸다. 당연히 태극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엥겔 위원장은 “미국은 한국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경청하고 거기에 맞춰 정책을 조정해왔다. 지금은 우리(한미)가 그렇게 하고 있는가. 아니면 혼자서 결정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 정권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서울과 워싱턴 관계는 부술 수 없이 강력하며 ‘헛된 약속’으로 우리의 의지와 우호를 파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간담회를 마친 뒤 “민주당이 남북관계나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려했던 것보다 좋았다. 언론에서 보는 것보다 따뜻했다”며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