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을 다시 파랗게”…‘플래닛 외교’에 나설 때다
Posted February. 07, 2019 07:29,
Updated February. 07, 2019 07:29
“서울 하늘을 다시 파랗게”…‘플래닛 외교’에 나설 때다.
February. 07, 2019 07:29.
by 동정민 ditto@donga.com.
“공기가 나빠서 목이 아파. 파란 하늘을 본 기억이 거의 없어.”
지난달 3년 만에 한국에 들어간 한 지인에게 연락하니 이 말부터 했다. 실제 파리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들어간 이들은 한결같이 공기 얘기부터 먼저 꺼낸다. 파리에선 멀쩡했던 아이들이 한국에 가면 아토피에 시달리고 비염이 도진다는 말과 함께.
이미 귀국한 사람들은 “공기 때문에 이민 가고 싶다”고 아우성이고, 곧 한국에 들어갈 주재원들은 “공기 때문에 한국 가기 싫다”고 외친다.
프랑스에서는 국민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대기 오염에 예민하다. 한 프랑스인에게 서울 공기 상황을 전해주자 농반진반으로 “그 정도면 파리에선 ‘노란 조끼’ 시위가 여러 번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선 주말마다 환경단체들이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미진하다고 시위를 벌인다.
이미 유럽에서도 미세먼지나 지구온난화 등이 최대 화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잠시 원전 축소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제 ‘화력발전 퇴출’이 각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021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을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원전 감축 목표 시한은 예정보다 10년 늦추기로 했다. 당장 대기에 치명적인 화력발전부터 없애야 한다는 소신이 확고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5일 “2038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을 멈추겠다”며 “그 대신 가스 에너지 수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해 화력발전 폐기 의지를 보이며 중립적인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로 구성된 ‘화력 위원회’를 구성해 여론을 수렴하고 대안을 마련했다.
국내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한창인 마크롱, 메르켈 두 정상이 해외만 나가면 외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지구 행성을 뜻하는 ‘플래닛(Planet)’이다. 정상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도, 프랑스 신문에서도, 환경 전문가들의 입에서도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가 ‘플래닛’이다.
환경 문제는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전 세계의 공통 숙제임을 강조하는 단어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며 ‘미국을 위대하게’라고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맞서 “우리 플래닛(지구)을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받아쳤다.
지금 우리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서 외쳐야 할 단어가 바로 ‘플래닛’이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하늘이 탁해진 원인의 대부분은 중국 등 외부 요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말해봤자 중국이 책임질 리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중국 탓만 해봤자 양국의 감정만 상할 뿐이다.
우리가 먼저 아시아의 맑고 파란 하늘을 되찾기 위해 어젠다를 제시하고 관련 협의체를 주도하는 ‘플래닛’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오염된 하늘 상황을 적극 알리고 관심과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면 중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와 해결책을 찾을 원동력이 생길 수 있다.
환경은 올해 다보스 포럼이 뽑은 세계 위험 1∼3위를 모두 차지했을 정도로 전 세계의 공통 의제다. 한국의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정책은 나쁠 게 없다. 무엇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악인 우리에겐 이제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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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나빠서 목이 아파. 파란 하늘을 본 기억이 거의 없어.”
지난달 3년 만에 한국에 들어간 한 지인에게 연락하니 이 말부터 했다. 실제 파리에서 근무하다 한국으로 들어간 이들은 한결같이 공기 얘기부터 먼저 꺼낸다. 파리에선 멀쩡했던 아이들이 한국에 가면 아토피에 시달리고 비염이 도진다는 말과 함께.
이미 귀국한 사람들은 “공기 때문에 이민 가고 싶다”고 아우성이고, 곧 한국에 들어갈 주재원들은 “공기 때문에 한국 가기 싫다”고 외친다.
프랑스에서는 국민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대기 오염에 예민하다. 한 프랑스인에게 서울 공기 상황을 전해주자 농반진반으로 “그 정도면 파리에선 ‘노란 조끼’ 시위가 여러 번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선 주말마다 환경단체들이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미진하다고 시위를 벌인다.
이미 유럽에서도 미세먼지나 지구온난화 등이 최대 화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잠시 원전 축소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제 ‘화력발전 퇴출’이 각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021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을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원전 감축 목표 시한은 예정보다 10년 늦추기로 했다. 당장 대기에 치명적인 화력발전부터 없애야 한다는 소신이 확고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5일 “2038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을 멈추겠다”며 “그 대신 가스 에너지 수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해 화력발전 폐기 의지를 보이며 중립적인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로 구성된 ‘화력 위원회’를 구성해 여론을 수렴하고 대안을 마련했다.
국내에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한창인 마크롱, 메르켈 두 정상이 해외만 나가면 외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지구 행성을 뜻하는 ‘플래닛(Planet)’이다. 정상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도, 프랑스 신문에서도, 환경 전문가들의 입에서도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가 ‘플래닛’이다.
환경 문제는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전 세계의 공통 숙제임을 강조하는 단어다.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며 ‘미국을 위대하게’라고 외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맞서 “우리 플래닛(지구)을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받아쳤다.
지금 우리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서 외쳐야 할 단어가 바로 ‘플래닛’이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하늘이 탁해진 원인의 대부분은 중국 등 외부 요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말해봤자 중국이 책임질 리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중국 탓만 해봤자 양국의 감정만 상할 뿐이다.
우리가 먼저 아시아의 맑고 파란 하늘을 되찾기 위해 어젠다를 제시하고 관련 협의체를 주도하는 ‘플래닛’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오염된 하늘 상황을 적극 알리고 관심과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면 중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와 해결책을 찾을 원동력이 생길 수 있다.
환경은 올해 다보스 포럼이 뽑은 세계 위험 1∼3위를 모두 차지했을 정도로 전 세계의 공통 의제다. 한국의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정책은 나쁠 게 없다. 무엇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악인 우리에겐 이제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동정민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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