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초반 몇 홀은 무척 긴장했다. 첫 홀에서 어프로치샷으로 파 세이브를 해서 운이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았는데 전반적으로 퍼팅이 부진해 아쉬웠다. 그것 이외에는 정말 뜻깊은 하루였다.”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무대를 처음 밟은 ‘낚시꾼 골퍼’ 최호성(46)이 8일(한국 시간)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 달러) 첫 라운드를 공동 111위(1오버파 72타)로 마쳤다. 서로 다른 3개 코스를 돈 뒤 54홀 컷오프가 적용되는 대회이기에 아직 실망은 이르다. 10번홀까지 보기만 4개 기록하다 11번홀(파3) 첫 버디에 이어 15번홀(파4), 16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은 뒷심에 기대를 걸어봐야 할 듯하다.
“다음 선수는 한국 서울에서 온 호성 초이(Ho Sung Choi)!”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의 몬터레이 페닌술라CC(파71) 1번홀 티박스에서 장내 진행자가 최호성을 소개하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모자에 손을 갖다 대며 갤러리의 환호에 고개 숙여 화답한 최호성은 첫 티샷을 날린 뒤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살피며 한쪽 다리를 높게 쳐드는 특유의 피니시 동작을 선보였다.
외신들은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최호성은 최고의 ‘신 스틸러’(scene stealer·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주연 이상으로 주목받은 조연)였다”고 표현했다.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필 미컬슨(이상 미국) 등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대회 개막 이전부터 가장 관심을 받은 선수는 초청 선수인 최호성이었다”고 덧붙였다.
최호성은 ‘삼총사’ ‘여인의 향기’ 등에 출연했던 미국 영화배우 크리스 오도널과 2인 1조를 이뤘다. 최호성-오도널 조는 PGA투어와 챔피언스투어에서 3승씩을 거둔 제리 켈리-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 에런 로저스(그린베이) 조와 동반 라운드를 했다.
1라운드를 공동 87위(이븐파 71타)로 마친 켈리는 “관중의 환호는 대단했다. 팬들이 최호성에게 ‘우리는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것을 자주 들었다. 최호성의 스윙 기본기는 매우 좋다. 그가 PGA투어에서 안 통할 이유가 없다. 나도 그처럼 발 액션을 이용해 비거리를 늘릴 수 있는지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켈리는 “2라운드에선 최호성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아내가 이어폰이 달린 번역기를 가져올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최호성에게 간단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로저스는 “최호성이 얼마나 골프를 즐기면서 플레이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오늘 라운드 중 멋진 샷을 많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메인 스폰서가 없어 이번 대회 연습라운드에서 ‘민모자’(모자 정면에 스폰서 로고가 없는 모자)를 썼던 최호성은 이날 페블비치 로고가 박힌 모자를 썼다. 이에 대해 최호성은 경기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나를 이곳 페블비치에 초청해준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이번 대회 내내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투어에서 2승씩을 거둔 최호성이지만 한 번의 연습라운드로 정규 PGA투어 대회가 열리는 코스 적응은 역시 무리였다. 최호성은 “한국과 일본 투어 경험은 많지만 그린이 가장 달랐다. 그린이 너무 빨라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첫 라운드에선 브라이언 게이, 스콧 랭글리(이상 미국)가 공동 선두(7언더파), 한국 선수 중에선 김시우(CJ)가 필 미컬슨과 함께 공동 3위(6언더파)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의 경기 방식은 독특하다. 프로골퍼 156명이 타 종목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유명인들과 2인 1조를 이뤄 베터볼 방식(두 선수 중 좋은 스코어를 그 홀의 팀 스코어로 합산하는 것)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사흘간 경기를 치른 뒤 프로선수는 스트로크 방식으로 순위를 정해 공동 60위까지는 호스트 코스인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232m)에서 열리는 최종 4라운드에 진출해 136만8000달러의 우승상금을 다툰다. 한편 핸디캡을 적용하는 아마추어와의 합산 성적 상위 25개 팀의 프로선수도 최종 라운드에 합류한다. 대회를 마치면 프로암 우승팀과 프로 우승선수를 별도로 시상한다.
안영식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