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조언하는 일명 ‘카네기 팀’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등에 대비해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한 봉인(CVC·Comprehensive Verifiable Capping)’ 전략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카네기재단의 핵정책연구소장 토비 돌턴 박사(사진)는 13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0년까지 CVC 전략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접근법은 최종 목표에 한번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에 중간지대가 필요하다”며 “바로 그 지점이 CVC”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접촉 과정에서 이 제안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상회담 결과에 CVC 전략이 반영될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돌턴 소장은 “핵 활동의 잠정 중단을 의미하는 동결(Freezing)과 달리 ‘봉인(Capping)’이란 질적, 양적인 측면에서 북한의 핵무기 생산을 멈춘다는 의미”라며 “특히 봉인에는 이에 대한 검증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카네기 팀에 따르면 CVC는 △모든 핵물질 및 미사일 생산 중단 △핵탄두 및 관련 부품 추가 제조 및 저장 중단 △추가 핵시설 가동 중단을 의미한다. ‘덮어씌운다’ ‘한도를 둔다’는 의미의 봉인으로 북한의 추가적 핵 활동을 우선 중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CVC는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을 그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돌턴 소장은 이런 우려에 유의하면서도 “CVC 과정에서 북한의 탄두미사일이 포함된 군사훈련 및 이동 금지, 감시를 통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돌턴 소장은 2002∼2010년 미 에너지부에서 근무하며 여러 차례 방북한 비확산 전문가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칼럼에서 “비건 대표가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스탠퍼드대와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전문가들(카네기 팀)로부터 아이디어를 수집해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정안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