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에 모시려고 겸사겸사 왔습니다.”(문희상 국회의장)
“영광입니다. 남편(홍석주·작고)이 여기 와야 하는 건데….”(신창휴 씨)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14일(현지 시간)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임시정부 마지막 의정원장을 지낸 만오 홍진(晩悟 洪震·1877∼1946) 선생의 손자며느리 신창휴 씨(85·뉴욕 거주)를 만났다. 100년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의 관인(官印)을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신 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점심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신 씨가 기증 의사를 밝힌 임시정부 국새는 가로세로 5cm, 높이 6cm의 검은 목제 도장이다. ‘臨時議政院印’(임시의정원인)이라고 새겨져 있으며 1919년부터 임시정부 공문서에 쓰였다.
문 의장은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임시의정원의 관인이 남아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새 하나가 남아 있다는 의미”라며 “(유족들이) 그것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임시정부 마지막 의정원장을 지낸 홍진 선생은 1945년 광복이 되자 임시정부 국새 등 도장 4개를 넣은 주머니를 허리춤에 차고 중국에서 귀국했다. 홍진 선생의 손자이자 신 씨의 남편 석주 씨(2016년 작고)는 6·25전쟁이 터지자 베개 속에 도장을 숨겨 피란 갔을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문 의장은 “홍진 선생은 3번에 걸쳐서 의정원장을 지냈고 국무령, 지금의 대통령에 준하는 자리를 지냈던 분”이라며 “유족을 만나 보니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독립운동가 후예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10일은 1919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임시의정원이 첫 회의를 연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국회는 임시의정원 100주년 기념식에 홍진 선생의 흉상을 세우고 임시정부 관인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 씨는 “남편이 나한테 도장을 맡기면서 ‘나는 얼마 못 살 것 같은데 당신에게 부탁하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면서 “흉상이 세워지는 날 도장을 품고 서울로 한달음에 달려가겠다”며 마침내 환한 웃음을 보였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