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 초기 북군 사령관으로 임명된 조지 매클렐런은 명석하고 천재적인 장교였다. 1846년 미국-멕시코 전쟁에 소위로 참전했다. 이 전쟁에는 미래 남북전쟁의 주역들이 빠짐없이 참전했다. 북군 승리의 주역인 그랜트도 있었다. 최고 연장자는 후일 남부의 영웅이 되는 로버트 리 소령으로서 미국-멕시코 전쟁 때도 최고 수훈을 세웠다.
리의 활약에 가려졌지만, 매클렐런 역시 모두가 인정할 만한 공을 세웠다. 그는 최고의 참모였고 군사행정가였다. 리가 정찰장교로 군대의 앞선에서 멕시코군의 진격로를 예측하고 미군의 진격로와 전투지점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면 매클렐런은 본부 상황판 앞에서 맹활약했다.
남북전쟁이 시작됐을 때 예상과 달리 북군이 서전에 패하며 워싱턴이 공포에 휩싸였다. 이때 등장한 매클렐런은 조직력과 행정력으로 단숨에 대군을 징집하고, 그들을 훈련시켰다. 그는 스스로도 자기 능력에 고무됐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를 노린다. 그는 군 경험이 없는 링컨에게 이 미증유의 전쟁을 맡길 수 없다고 보고,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 1862년에 그는 도전을 감행한다. 바다와 육지로 대병력을 투입해 버지니아에 있는 남부군 주력을 우회해 수도 리치먼드를 함락시킨다는 작전이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고 시도해 본 적 없는 스케일의 작전이었다. 12만 대군을 진군시키기 위해 증기선과 철도, 수만 마리의 말과 노새가 동원됐다.
문제는 매클렐런의 천재성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발생했다. 북군 지휘관들의 야전 능력이다. 링컨의 견제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북군 지휘관들의 야전 능력이 떨어졌다. 무기가 좋아도 탄약이 없으면 싸울 수 없고, 탄약이 충분해도 포병 능력이 떨어지면 소용없다. 그는 자신의 천재성으로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가 링컨을 밀어내고 대통령이 됐다면 성공했을까.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천재성이 아니라 한계를 인정하고 판단과 고집을 비울 줄 아는 능력이다.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