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오승환(37·콜로라도)이 올 시즌 첫 공식 경기에서 퍼펙트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오승환은 27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시범경기에서 4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주무기인 패스트볼뿐 아니라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다양하게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다.
공 13개 중 11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0.5마일(시속 145.6km)에 불과했으나 타자들이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힌 공이 없었을 정도로 공의 움직임이 좋았다. 이날 오승환은 첫 타자 트레이시 톰슨을 1루수 뜬공, 브랜던 반스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았다. 마지막 타자 대니얼 존스도 1루수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비록 3타자였지만 오른손, 왼손을 가리지 않고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앞선 두 선수는 오른손 타자, 존스는 왼손 타자였다.
오승환은 지난해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166밖에 되지 않았다. 패스트볼과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반면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91로 훨씬 높았다. 왼쪽 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오승환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왼손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정통 체인지업을 집중 연마하고 있다. 오승환은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터무니없이 날아가진 않는다. 내가 어떤 공을 던질지 상대 타자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에도 셋업맨 보직을 맡는 오승환은 1세이브만 보태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KBO리그 삼성에서 ‘끝판대장’으로 불리며 277세이브를 올렸던 그는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 2시즌 동안 80세이브, 2016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는 4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이날 시범경기에 나선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25일 첫 시범경기서 연타석 홈런으로 맹활약한 강정호(32·피츠버그)는 첫 경기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두 번째 경기에 나선 그는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최지만(28·탬파베이)은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해 3번째 시범경기 만에 첫 안타를 신고했다. 텍사스의 추신수(37)는 왼쪽 어깨에 염증이 발견돼 이날 결장했다. 경미한 부상으로 주사 치료를 위해 텍사스로 향한 추신수는 주말 경기부터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김배중 wanted@donga.com ·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