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는 총격범의 가장 좋은 친구’(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뉴질랜드 테러의 의도치 않은 공범인가’(미 일간지 USA투데이).
50명이 숨진 15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총기 테러를 계기로 페이스북, 유튜브 등 거대 소셜미디어 회사의 허술한 대처가 비판받고 있다고 미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자사 플랫폼이 극단주의자의 온상으로 전락한 것을 방치하고, 테러 동영상의 생중계 및 유포를 신속하게 막지 못했다는 이유다.
테러 용의자인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9)는 헬멧에 단 카메라를 통해 약 17분간 자신의 범행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이 영상들이 사건 발생 몇 시간 후에도 버젓이 온라인에서 돌아다녔다.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뒤늦게 해당 동영상을 차단하고 삭제했지만 일부 누리꾼이 이미 이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유포한 뒤였다.
일부 이용자들은 연관 검색과 자동 재생 기능 때문에 원치 않았는데도 테러 영상을 보게 됐다고 지적한다. 라이언 맥 버즈피드뉴스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 측은 테러 영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약 7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인 계정에 해당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봤다”며 거대 소셜미디어 회사의 대응을 질타했다.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 등을 이용한 최첨단 탐지 시스템 등을 통해 문제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극단주의자들이 소셜미디어를 점점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기에 더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런트는 이번 범행에 앞서 무슬림 증오를 부추기는 74쪽의 문서를 극우 성향 이미지공유 게시판 ‘8챈(8chan)’ 등에 올렸고 트위터에 링크도 걸었다. 굳이 동영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온라인에서 널리 유포될 환경을 사전에 조성해 놓은 셈이다. 해당 문서가 ‘선언문(manifesto)’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기에 이를 꼼꼼하게 읽어보기 전에는 이 문서가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임을 알아보기가 어렵다.
특히 그는 범행 도중 유명 유튜브 스타 ‘퓨디파이(PewDiePie)’를 거론하며 소셜미디어를 즐겨 이용하는 젊은층과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극단주의자들이 직설적 표현 대신 젊은층이 익숙한 비유와 은어 등을 즐겨 쓰기에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걸러내는 일이 쉽지 않다. 세라 로버츠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조교수는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이런 문제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런 콘텐츠를 삭제하는 일이 회사 상층부가 아니라 저임금 직원들의 업무라며 우려했다. 제니퍼 그리기엘 시러큐스대 조교수도 “소셜미디어가 동영상 콘텐츠를 다룰 때 공중파 TV처럼 일종의 ‘지연 중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