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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타고르 박물관에 한국실 설치된다

Posted March. 22, 2019 08:15,   

Updated March. 22, 20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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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즉이 아세아의 황금시기에/빗나든 아세아 등촉(燈燭)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비치 되리라.’

 인도 동부 콜카타에 있는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 박물관에 사상 최초로 한국실이 설치된다. 21일 주인도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타고르 박물관 측은 이르면 올해 말 한국실을 개관할 뜻을 밝혔다. 인도 주요 박물관·기념관 등에 한국 관련 전시공간이 공식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고르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 4월 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빗나든 아세아 등촉’이라는 이 시에서 조선을 ‘동방의 밝은 빛’으로 묘사해 깊은 애정을 보였다. 영어로 쓰인 이 시는 당시 주요한 편집국장의 번역으로 지면에 실렸다.

 타고르 박물관 한국실에는 타고르 관련 한국 출판물과 한국의 역사, 발전상 등이 전시된다. ‘빗나든 아세아 등촉’이 실린 동아일보 지면의 사본과 한국 교과서를 비롯해 타고르 시집 ‘기탄잘리’의 한국어 번역본, 타고르를 다룬 한국 도서도 비치된다. 또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한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 관련 설화, 고대 인도를 답사하고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 승려 혜초 등 양국의 문화 교류 역사 등도 전시할 방침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현대까지 한국의 발전상을 드러낼 수 있는 여러 자료도 선보일 계획이다. 타고르가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시에서처럼 한국이 ‘동방의 밝은 빛’으로 성장한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콜카타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난 타고르는 1913년 시집 기탄잘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집안 분위기 탓에 어려서부터 문학적 소양을 닦을 수 있었고 11세부터 시를 썼다. 인도에서 교육 및 독립운동에도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정적인 시구로 사랑받았던 그는 ‘빗나든 아세아 등촉’ 이전에도 광복을 바라는 한국을 아름다운 신부에 비유한 ‘패자(敗者)의 노래’라는 작품을 잡지 ‘청춘’에 실었다.

 타고르와 한국의 각별한 인연을 기리자는 의미에서 2011년 5월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인근에 타고르의 흉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왕오천축국전’과 ‘동방의 등불’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빠지지 않는 대화 소재다.

 콜카타 소재 타고르 박물관은 타고르의 생가 등 저택 3개를 개조해 만든 규모 3만5000m²의 대형 박물관이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곳곳에 설립된 총 8개의 타고르 관련 박물관 가운데 가장 크며 연간 방문객 수는 20만 명에 이른다. 타고르 관련 서적 2841점과 사진 3297점, 가구 53점 등 타고르의 유품 및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타고르와 그의 가족의 삶이 전시돼 있고 미국실, 중국실, 일본실 등 해외 관련 자료들도 방대하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