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 첫 우승이라 더 기쁘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 고진영(24)이 ‘LPGA투어 완전 적응’을 알렸다. 25일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GC(파72)에서 벌어진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고진영은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최종 22언더파 266타로 공동 2위 그룹 4명을 1타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통산 3승째지만 미국 본토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첫 우승이다.
고진영은 2017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인천 스카이72GC)에서 우승해 LPGA투어 시드를 따냈고 2018년 LPGA투어 개막전인 호주오픈에서 2승째를 올렸다. 67년 만에 신인이 개막전에서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신인왕 타이틀까지 차지했건만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정작 미국 본토 대회에서는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13개월 만에 LPGA투어 창립자들(파운더스)을 기리는 뜻깊은 대회에서 강렬한 플레이로 정상에 올랐기에 고진영의 기쁨은 더 컸다. 그가 우승 소감에서 ‘어메이징 데이(amazing day·놀라운 날)’라고 표현한 것처럼 극적인 승리였다.
이번 대회는 코스가 평이한 탓에 라운드마다 몰아치는 선수가 속출한 반면에 고진영은 2라운드에서 이븐파(72타)로 주춤해 우승까지는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무려 8타를 줄이며 불씨를 살린 고진영은 4라운드에서도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낚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고진영은 14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낚아 자신보다 2개 조 뒤인 챔피언 조의 류위(중국)와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를 압박했다.
시간다는 상위권 선수들 대부분 타수를 줄인 1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뜨리며 파에 그쳤고 고진영보다 4타나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류위는 최종 18번홀(파4) 3m 거리의 파 퍼팅에 실패해 연장 승부 기회도 놓쳤다.
이번 시즌 LPGA투어 6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4번째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은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 원)를 보태 상금 랭킹 2위(45만159달러)와 올해의 선수 포인트 2위(51점)로 올라섰다. 두 부문 선두인 넬리 코르다(47만2810달러, 56점·미국)와의 경쟁이 관심거리다.
한편 바뀐 골프룰을 활용해 그린에서 깃대를 꽂고 퍼팅하고 있는 고진영은 “내 경우에는 깃대를 꽂은 채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박지은 선배의 옛 캐디였던 데이비드 브루커는 코스에서 냉철하면서도 재미있는 성격이 나와 잘 맞는다”고 밝혔다.
안영식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