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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몰아낸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만큼 독립성•전문성 갖춰야

조양호 몰아낸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만큼 독립성•전문성 갖춰야

Posted March. 28, 2019 07:43,   

Updated March. 28, 201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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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에서 3년 임기가 종료된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은 출석 주식의 64.09% 찬성을 얻는데 그쳐, 3분의 2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함으로써 부결됐다. 그룹 총수가 주총에서 사내 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은 처음이다.

 조 회장이 이사직을 잃게 된 데는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 주식 11.56%를 보유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25, 26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격론을 벌인 끝에 조 회장의 연임 반대를 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여서 ‘사법부가 확정판결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늘려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효성의 사내외 이사 선임 등에 반대표를 던졌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세를 막는 역할을 했다. 앞으로 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 편취, 과도한 임원 보수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지분이 많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국민연금의 본령은 기업 경영 참여가 아니라 국민의 노후 자금을 불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익률이 -0.92%로 6조 원이나 손해를 봤다. 최근 5년간 실적도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5.19%로, 캐나다 공적연금(12.02%),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10.4%) 등 세계 주요 연기금에 크게 못 미친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어서 정부나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금본부가 지방으로 이전하고 보수도 시장 평균에 못 미쳐 전문가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국민의 노후자금 640조 원을 운용하는 만큼 기금 운용이나 기업 의결권 행사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