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의 핵심은 의회입니다. 그 의회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국과 관련이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우리에게 필요한 그들의 목소리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 전략을 배우려고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회원이 됐습니다.”
25일(현지 시간) AIPAC 연례총회가 열린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기자에게 자신의 AIPAC 회원 출입증을 들어 보였다. 1998년부터 AIPAC 참가를 시작한 그는 2002년 정식 회원이 됐다. 유대계 백인 중심의 이 거대조직에서 정식 회원으로 활동하는 한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김 대표는 미국 내 한인들의 풀뿌리 시민운동의 대부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으로 한인사회가 타격받는 것을 보면서 한인사회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미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를 키워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KAGC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AIPAC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이유다.
한국 비자면제 프로그램과 위안부 결의안 통과 등은 그가 KAGC를 중심으로 앞장서서 지원했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지금은 한인 전문직 쿼터 확대를 위한 법안 통과를 위해 뛰고 있다. 수십 년간 의회 인사들을 중심으로 쌓아온 그의 인맥은 이런 활동을 뒷받침하는 주요한 동력이다.
“AIPAC는 단순한 로비조직이 아닙니다. 로비라고 하면 뭔가 음습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AIPAC는 유대계 시민들이 힘을 모아서 진행하는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시민 로비예요. 무엇보다 상·하원 의원들을 움직여 법으로 변화를 끌어내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우리가 이런 걸 배워야 해요.”
유대인들이 AIPAC를 앞세워 이끌어내는 친이스라엘 관련 법안의 통과는 말뿐인 결의안 수준을 뛰어넘어 실제적인 외교안보 지형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활동이 갖는 힘을 한국에 소개하고, AIPAC 같은 한인 이익단체를 만드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김 대표는 “미국 내 한인사회가 적지 않은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미국 정치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에 맞게 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사회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미국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끊임없는 시도를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의 이익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논리를 개발해야 미국의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는 핵심 인사들까지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