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재즈 보컬 나윤선이 글로벌 음반사 워너뮤직그룹과 계약을 맺고 첫 결실을 냈다. 2일 국내에 디지털 음원으로 먼저 발매되는 10집 ‘Immersion(몰입)’이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통일로에서 만난 나 씨는 “미국 시장에 좀 더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보고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나 씨는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배우로 데뷔했다. 1995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재즈를 공부했다. 단시간에 프랑스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재즈 보컬이 됐다. 독일 재즈 명가 ACT에서 네 장의 앨범을 내며 유럽을 평정한 그에게 워너뮤직과 계약은 자연스레 찾아왔다.
“ACT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몇몇 음반사에서 제안이 왔어요. 저의 음악적 자유를 철저히 보장해준다는 조건에 동의하고 워너를 택했습니다.”
워너뮤직은 세계 3대 음반사이자 미국에 본사를 뒀지만 나 씨의 신작은 프랑스의 유명 프로듀서 클레망 뒤콜의 지휘로 파리에서 제작했다.
“난생처음 혼자서 작곡 여행도 떠났어요.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 2주간 머물며 15곡을 썼습니다.”
그중 ‘Mystic River’ ‘Invincible’ 등 6곡을 신작에 담았다. 프로듀서와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50여 가지의 악기를 오가며 녹음했다. 일부는 디지털 변형을 가하는 방식으로 음표를 쌓아 갔다. 첫 곡 ‘In My Heart’에서부터 사운드 콜라주가 위력을 발산한다.
‘우먼 파워’의 집결도 신작의 특색. 영어 작사를 여러 명의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 맡겼다. 조지 해리슨의 ‘Isn't It a Pity’, 레너드 코언의 ‘Hallelujah’를 비롯해 마빈 게이, 슈프림스 등의 팝 명곡도 나윤선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스페인 작곡가 알베니스가 지은 기타 연주곡 ‘Asturias’는 가장 뜨거운 트랙. 나윤선이 특유의 마술적 보컬로 음계의 아우토반 위를 첼로와 겨루며 질주한다.
미셸 르그랑이 작곡하고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영화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에 담은 곡, ‘Sans Toi’도 비장하게 해석했다. 나 씨는 요즘 가장 빠져 있는 가수로 2001년생 팝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시를 꼽았다. 7월 네덜란드 ‘노스 시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해 월드투어를 한 뒤 12월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근래에 미국 연주자들에게서 낙천적인 삶의 태도를 배우고 있어요. 무대 공포증 극복에 조금은 도움이 됩니다.”
세계적 디바는 요즘도 종종 25년 전 서울 대학로 무대로 돌아간다고 했다. 완벽주의 때문이다.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하다 대사를 잊어버리는 꿈을 아직도 가끔 꿉니다. 정말 무서워요.”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