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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향해 “오지랍” 운운한 김정은의 오만…한미공조로 그 버릇 고쳐줘라

南향해 “오지랍” 운운한 김정은의 오만…한미공조로 그 버릇 고쳐줘라

Posted April. 15, 2019 08:28,   

Updated April. 15, 201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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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정상회담의 중재·촉진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선을 긋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시정연설에서 “대북제제 완화를 더 부탁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북-미가 정면 의견대립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중재 외교는 넛크랙커(nut cracker)속의 호두 신세가 됐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가 아니라 민족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 북한 편을 들라는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이다. 미국 조야(朝野)에선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 대신 북한 편을 든다는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외교의 선택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특히 김 위원장 연설이 대내용 메시지 성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지랖’ 운운하는 거친 표현에 대해선 단호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정은은 연말까지 대화 창구는 열어두겠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훌륭하다”며 호응했다. 결국 북-미 정상이 각자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북-미 대화의 끈은 살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북-미가 비핵화의 정의 조차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설령 대화가 일부 복원된다해도 의미있는 진전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 정신을 내세우며 장기전에 들어가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무조건 대화를 복원시키겠다는 생각에서 조급함에 빠져선 안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대북특사를 통해 일단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토대로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 진행에 대한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북한이 과연 회담에 응할지, 설령 회담을 한다고 해도 어떤 진전이 있을지 미지수다. 설령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도 만족스런 결과물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만남에만 명운을 걸다시피 하면 국민들은 회담 피로증을 느낄 수 있다.

 견고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바탕으로 비핵화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남북간 실무 접촉을 통해 회담의 의제와 접점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현 교착상태가 뭔가 미묘한 의견 차이로 엇갈려 교착상태에 빠져든 것 같지만 실제론 아주 단순하다. 김정은의 비핵화 결심이 확고하지 못해 실타래가 꼬인 것이다. 설익은 상태에서 정상간 톱다운 담판에 넘겨버리는 어설픈 회담방식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