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변 핵시설 지역을 12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된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 사진이 촬영된 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 나서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강조한 날이다. 북한이 3차 회담 뜻을 밝히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평양과 영변에서 대화와 압박 메시지를 동시에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산하 웹사이트를 통해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우라늄 농축시설 및 방사화학실험실 주변에서 5대의 열차용 차량이 발견됐다”고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의 경우 이 차량들은 방사성물질의 이동이나 재처리에 관련된 것”이라며 “현재의 움직임으로 볼 때 이번에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는 것을 감안하면 핵무기 추가 생산 정황이 포착된 셈이다. 38노스를 운영하는 스팀슨센터 제니 타운 연구원은 로이터통신에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에 대한 합의에 실패한 상황에서 재처리 관련 움직임이 실제 진행 중이라면 중대한 상황 전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28일 하노이 합의 결렬 이후 영변 재처리 시설 가동 정황이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5일 국회에 출석해 “북한의 영변 5MW 원자로는 지난해 말부터 중단돼 재처리 시설은 현재 가동 징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황인찬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