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32·FC바르셀로나)는 두 팔 벌려 뛰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는 얼굴을 감싼 채 주저앉았다. 세계 축구 ‘양대 산맥’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17일(한국 시간) 안방 캄 노우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3-0으로 완파하고 합계 4-0으로 가볍게 4강에 진출했다. 메시는 전반 16분 환상적인 드리블에 이은 그림 같은 선제골을 넣은 뒤 4분 뒤에도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메시가 UCL 8강에서 골을 넣은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UCL 통산 110번째 골을 넣은 메시는 이번 대회 10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경쟁자였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8골), 호날두(6골)는 이미 팀이 탈락했기에 4시즌 만의 통산 6번째 득점왕이 유력하다.
이날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 닷컴’은 메시에게 ‘10점 만점’을 줬다. 완패한 맨유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경기 뒤 “메시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다. 그가 있다는 게 바르셀로나와 맨유의 차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는 2014∼2015시즌 이후 4시즌 만에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4강전 상대는 18일 열리는 리버풀(잉글랜드)-FC포르투(포르투갈)의 승자다.
유벤투스(이탈리아)는 안방인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 2차전에서 아약스(네덜란드)에 1-2로 졌다. 유벤투스는 호날두가 전반 28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 헤딩골(통산 126호)을 넣으며 기선을 잡았지만, 전반 34분과 후반 22분에 잇달아 골을 내주고 역전패했다. 아약스는 합계 3-2로 이기고 22년 만에 4강에 올랐다. 네덜란드 클럽으로는 14년 만이다. 아약스는 이번 대회에서 호날두의 이전 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현재 팀인 유벤투스를 차례로 눌렀다. 통산 최다 우승(13회)을 자랑하는 레알은 호날두가 없는 이번 시즌 16강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 시즌 레알의 UCL 3연패를 이끌었던 호날두가 4강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은 2009∼2010시즌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레알은 16강에서 리옹(프랑스)에 졌다. 1억 유로(약 1283억 원)를 들여 ‘챔피언스리그의 신’ 호날두를 영입한 유벤투스는 23년 만의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했지만 꿈에 그쳤다. 유벤투스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96년의 결승 상대는 아약스였다.
호날두가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에서 메시가 뛰고 있는 프리메라리가의 레알로 이적한 뒤 둘은 매년 엄청난 관심 속에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이번 시즌에는 유일하게 대결할 수 있는 무대가 UCL이었다. 메시는 지난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날두가 그립다. 그를 상대하는 것은 엄청났다. 유벤투스와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탈락으로 축구 팬들이 기대했던 메시와 호날두의 결승 대결은 볼 수 없게 됐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