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사업 운영과 수익성 분야에서 30년 동안 경험을 쌓은 닛산 출신의 사장급 인사를 영입해 북미 시장의 실적 회복에 적극 나선다. 지난해 9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체제로 전환된 이후 외부 출신 전문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장 직급의 외부 인사 영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현대차는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북미·중남미를 총괄하는 미주권역담당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호세 무뇨스 사장(54·사진)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 합류하는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장과 북미권역본부장도 겸직해 한번에 4개의 직함을 갖게 된다.
스페인 출신 무뇨스 사장은 마드리드 폴리테크닉 대학에서 핵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마드리드 IE(Instituto de Empresa) 경영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글로벌 사업 운영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1989년 푸조시트로엥의 스페인 딜러로 자동차업계 경력을 시작해 대우자동차 이베리아법인, 도요타 유럽법인 등을 거쳐 2004년 닛산에 합류했다. 닛산에서는 △유럽법인 판매·마케팅 담당 △북미 법인장 △중국 법인장 △전사성과총괄(CPO) 등 핵심 직위를 거쳤다. 탁월한 리더십과 전 세계 시장을 거친 경험을 토대로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기록적인 판매를 이끌었다는 것이 현대차의 평가다.
현대차는 무뇨스 사장이 앞으로 전 세계 판매 및 생산 운영 최적화와 수익성 개선, 사업전략 고도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은 미주 총괄 담당자로서 부진에 빠진 북미시장 판매 회복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무뇨스 사장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현대차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며 “수익성 기반의 지속적인 성장과 전체 공급망 관리, 딜러들과의 상생 솔루션 모색 등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뇨스 사장이 영입되면서 현대차는 글로벌 연구개발(R&D)을 책임지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과 디자인 분야를 총괄하는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 사장을 포함해 3명의 외국인 사장이 핵심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비어만 본부장과 슈라이어 사장은 현대차에 와서 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대차 내부의 역량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과 기술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고 보고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순혈주의를 깨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