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는 한국 정유업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4대 정유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중 GS칼텍스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기업과 지분 보유 및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4위 정유업체 에쓰오일은 아람코의 한국 자회사다. 아람코는 1991년 당시 쌍용양회가 보유했던 쌍용정유 지분 35.0%를 인수했다. 외환위기 당시 쌍용그룹이 해체될 때 지분 28.4%를 추가로 사들여 에쓰오일의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아람코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은 63.5%에 달한다.
아람코는 3위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아람코는 이달 15일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약 1조4000억 원에 사들이며 현대중공업지주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동시에 현대중공업지주는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2.9%에 대한 콜옵션(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도 아람코에 부여했다. 아람코가 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보유 지분이 최대 19.9%까지 늘어난다.
국내 1위 정유업체 SK이노베이션도 간접적으로 아람코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2015년 SK이노베이션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업체 사빅과 고성능 플라스틱 ‘넥슬렌’(메탈로센 폴리에틸렌) 생산을 위한 합작사 ‘사빅SK넥슬렌컴퍼니’를 설립했다. 아람코는 최근 “2020년까지 사빅 지분 70%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사빅 인수가 마무리되면 SK이노베이션과 아람코 역시 지분이 엮일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 한국 건설업계의 중동 진출 붐이 일었을 때 국내 건설업체들은 아람코가 발주한 송유관 공사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아람코는 최근에도 현대중공업, 사우디 국영 해운회사 바흐리(Bahri) 및 람프렐(Lamprell) 등과 함께 2021년까지 사우디 동부에 약 150만 평 규모의 합작 조선소를 건립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한 ‘탈(脫)석유’를 기치로 내건 사우디 정부의 국가 개혁 프로그램 ‘비전 2030’에도 향후 20년간 원자력발전소 16기를 짓는다는 계획이 담겼다. 사우디 정부는 첫 사업으로 올해 말까지 원전 두 곳을 지을 계획이며 한국, 미국, 러시아가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우디 시장이 한국 건설업계 및 원자력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안창용 주사우디 한국대사관 상무관은 “아람코 관계자들을 만나면 늘 에쓰오일을 투자 성공 사례로 언급한다.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사들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큰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국을 아시아 거점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