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안전 요구...우리 안보가 흥정물 되는 일 없어야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행사를 거부한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한미의 ‘동맹 19-1’ 훈련을 거론하며 “북남, 조미 수뇌상봉에서 이룩된 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향후 북남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도 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대북제재 해제문제로 결렬된 이후 북한은 이제 대외전략의 초점을 군사적 문제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제재해제 문제 따위는 더는 집착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래 제재해제 요구를 접고 대신 연합훈련 등 군사적 문제를 부각하면서 체제안전 보장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낼 조짐이다. 그 시작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제적 안전보장을 위한 6자회담까지 제기했다.

　북한이 앞으로 체제안전보장 요구를 어떻게 구체화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북한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내세우면 비핵화 협상은 더욱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 주둔, 전략자산 전개 금지까지 요구하며 향후 협상을 상호 군축과 비핵지대화 협상으로 끌고 가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간 물밑에서도 “괌 하와이 등의 미국 전략자산도 없애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우려스런 점은 이런 요구들이 우리 안보와 직결된 사인인데도 북-미간, 나아가 주변국의 이해까지 맞물린 흥정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쉽사리 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이나 연합훈련을 돈 문제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인 만큼 이런 문제를 북-미 거래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북한은 한미 간 균열을 파고들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허튼 요구를 못하도록 서둘러 한미 간 대북 공조체제부터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