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태극기’(사진)로 홍역을 치른 외교부가 태극기를 펼 수 있도록 행사장에 스팀다리미를 비치하고 훼손된 태극기를 대체할 수 없으면 아예 태극기 없이 행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자체 매뉴얼을 만들었다.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등을 앞두고 의전 실수 방지에 사활을 건 것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24일 외교부 직원들에게 ‘외교 행사 시 태극기 제작 게양 관리 매뉴얼’을 배포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4월 4일 한-스페인 차관급 회담 행사장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워 놓아 논란을 일으킨 지 50일 만이다.
새 매뉴얼은 “행사 전 충분한 시간(최소 1시간 전)을 두고 (태극기를) 확인하고 항시 예비기를 준비”하도록 하고 “(태극기 훼손 시) 대안이 없을 경우 훼손된 의장기를 두기보다는 과감히 제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매뉴얼은 또 태극기 구김이 심할 때는 다리미로 구김을 펴고 행사장에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스팀다리미를 두도록 했다. 정부 당국자는 “직원들이 긴급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도록 교육용 매뉴얼을 새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28,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전 담당자들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졌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한국 의전 담당자들이 주최 측에 ‘문재인 대통령이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자리에서 좋은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신경 써달라’ ‘대통령이 언어 문제로 소외되지 않도록 자리 배치 과정에서 배려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단체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한 것과 2017년 G20 정상회의 단체사진 촬영 때 가장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홀대 논란이 불거진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