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도자기 등 중요 해저유물 수십 점을 훔쳐 숨겨 왔던 도굴업자가 검거됐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과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사적 제274호 신안해저유물 매장해역)에서 도자기 57점을 도굴한 후 은닉해 온 혐의(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 씨를 검거하고, 해당 유물들을 환수했다고 13일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A 씨는 1983년 잠수부를 고용해 신안선 인근 해저유물 57점을 도굴해 자신의 집에 오랫동안 감춰놓고 있었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일본으로 도자기를 가져가 판매하려다가 올해 3월 20일 경찰에 체포됐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신안선에서 나온 도자기들과 형태나 구성이 매우 비슷하다”며 “피의자는 애초 어머니 유품이라고 주장했지만 ‘신안선 발굴 유물’이라고 언급하며 팔아넘기려 했다는 관계자 진술 등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회수한 문화재는 청자 46점을 비롯해 백자 8점과 검은 유약을 바른 흑유자(黑釉瓷) 3점 등이다. 특히 청자 구름·용무늬 큰접시, 청자 모란무늬 병은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어 학술적인 가치는 물론 전시·교육 자료로도 활용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1975년 우연히 한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가 걸리면서 존재가 확인된 신안선은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상징과도 같은 문화재다. 1323년 중국 저장성 경원(慶元·현 닝보)을 떠나 일본 하카타(博多·현 후쿠오카)로 향하던 중 풍랑을 만나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해 650년간 바닷속에 잠들어 있었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수중 발굴조사 결과 도자기 2만여 점을 비롯한 2만4000여 점의 유물과 28t 무게의 동전 800만 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