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 Again)” “4년 더(4 more yea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오후 8시 미 남부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센터에서 재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만 객석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의 함성과 열기로 행사장이 떠나갈 듯했다. 2016년 대선 구호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새겨진 빨간 모자와 빨간 티셔츠를 입은 지지자들은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4년 전 뉴욕 맨해튼에서 취재진 200명을 두고 출마를 선언했던 부동산 재벌이 아닌 세계 최강대국 현직 대통령의 힘과 권위가 생생히 느껴졌다.
○ 가짜뉴스와 사회주의 색깔론 공세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소개로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2016년 대선은 미 역사의 결정적 순간이었다. 언론에 물어보라. 저기 가짜 뉴스가 있다”며 무대 앞 취재진을 가리켰다. 청중들도 기자석을 향해 “진실을 말하라”라며 일제히 야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이 행사에 12만 명이 참석을 신청했지만 자리가 서너 개라도 비면 가짜뉴스들은 ‘행사장을 채우지 못했다’는 기사를 쓸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76분간의 연설 대부분을 경제성과 등을 비롯한 2년 반의 업적, 언론과 민주당에 대한 비난 등에 할애했다.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날선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재건을 도왔다 그런데 우리를 호구로 여겼다”며 “그 대상에는 오바마와 바이든이 포함된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집권 1기 기조를 이어갈 뜻임을 강하게 내비쳤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재개 및 건강보험정책 재정비 방침도 밝혔지만 전체적으로는 재집권 청사진이나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런 행보가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데비 고지 씨는 기자에게 “중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일부러 왔다. 대통령이 의회와 언론의 반대를 극복하고 2년 반 동안 한 일이 놀랍다. 반드시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온 크리스 카스틸로 씨도 “트럼프 대통령은 진실된 정치인이다. 그의 재선을 희망하지만 주류 언론의 95%가 민주당 편이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아메리칸 드림을 파괴하는 사회주의자”라고 맹공격했다. 1967년 쿠바에서 이민을 왔다는 마리아 데레로 씨(71)도 “사회주의를 막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했다.
○ 가족 총출동 지원
행사의 일등공신은 대통령 가족들이었다. 장녀 이방카 부부, 차녀 티파니 등도 동석했지만 특히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의 역할이 돋보였다. 에릭은 무더위 속에서 줄을 서 있는 지지자들을 위해 야외무대에서 아내와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우리가 다시 그들(민주당)을 물리칠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그는 찬조 연설 때 임신 중인 아내의 배를 가리키며 “이 아이도 공화당원이 될 것”이라는 말로 박수를 이끌어냈다.
트럼프 주니어는 영화 ‘록키’의 주제가 ‘아이 오브 더 타이거’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등장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취임한 후 일자리 600만 개가 생겼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다. 또 트윗 1∼2개로 멕시코 문제도 해결했다”며 부친의 업적을 자랑했다.
지지자들은 행사장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날 새벽부터 암웨이센터 앞에서 노숙했다. 올랜도 경찰은 행사장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줄을 선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 편에 자동차를 동원한 차벽을 설치했다.
이날 오후에는 강풍, 폭우,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오후 4시 입장이 시작된 뒤에 더위에 지쳐 탈진한 참석자 3명이 들 것과 휠체어 실려 나갔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검색대 앞에서 입장객의 소지품을 두 번씩 일일이 확인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