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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30년 어떻게 살 것인가”

Posted July. 27, 2019 07:19,   

Updated July. 27, 201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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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T 에이지랩 안에 있는 조지프 코글린 교수(58·사진)의 연구실 안은 사방이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메모에는 ‘데이터 홈: 주방, 거실, 침실, 주방에서 수집할 수 있는 기술적 데이터는 뭘까’ ‘고령화시대 의료비 3요소―삶의 질, 의료서비스, 간병’ ‘얼마나 늙어야 늙은 것일까(How old is old)?’ 같은 질문과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코글린 교수는 우리가 ‘노인의 삶’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로 단순히 ‘돈 되는 시장’이나 ‘웃어른을 향한 예의’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사회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지금 젊은 세대 역시 20∼30년 후 사회적으로 배제당하게 된다”면서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곧 지금 젊은 세대가 맞게 될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때문에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는 대다수 고령화 담론에 맞설 새로운 담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노인을 수동적이며 세금을 낭비하는 존재로만 보는 사회가 아니라 예전과 달라진 노인의 가능성을 강조하며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글린 교수는 “요즘 은퇴자들에게는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했는가’만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은퇴하고 30년 이상의 시간은 전체 인생에서 3분의 1의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가 사회적 담론의 중심에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퇴를 하고 이제 노년에 접어들었거나 노년을 맞이할 이들에게 그는 “삶의 소소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나이를 먹은 뒤 하는 ‘행사’란 은퇴식과 장례식 두 개뿐이라는 농담이 있다”며 “젊은 시절 거치는 졸업, 결혼처럼 노년기에도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길 때 ‘집 줄이기 파티’를 열거나 소소한 삶의 기쁨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급격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 “초고령사회의 ‘뉴 프런티어(신개척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학계는 물론이고 산업계, 혁신가들이 주목할 만한 새로운 고령화 모델을 개척할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며 “한국이 잘 대처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모방하고 수입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들 고령화를 ‘문제’라고들 하지만 언제부터 오래 사는 게 문제가 됐나? 문제는 문제라고 부를 때부터 문제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