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고진영 시대’다.
29일 프랑스 에비앙레뱅 리조트GC(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 달러·약 48억5000만 원) 최종 4라운드.
고진영(24)은 악천후로 2시간 늦게 시작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견고한 경기력으로 4타(버디 5개, 보기 1개)를 줄여 역전승으로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뱅크 오브 파운더스컵, ANA 인스피레이션(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포함해 LPGA 시즌 첫 3승 고지에도 올랐다.
누가 우승해도 낯설지 않은 한국 선수 3명으로 채워진 ‘챔피언 조(고진영, 김효주, 박성현)’의 치열한 샷 대결에서 최후에 웃은 자는 고진영이었다.
1, 2번홀 연속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한 박성현은 11번홀(파4) 더블보기로 추격의 동력을 잃고 공동 6위(최종 합계 10언더파)에 그쳤다. 고진영보다 4타 앞선 단독 선두로 출발한 김효주는 티샷이 벙커 턱에 박힌 14번홀(파3)에서 3온 3퍼트로 통한의 트리플 보기를 기록해 공동 준우승(최종 합계 13언더파)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고진영은 17번홀(파4)에서 4m 버디를 낚아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 대회 관례대로 시상식에선 스카이다이버가 우승자 나라의 국기를 펄럭이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관이 연출됐다. 고진영은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낯선 땅에서 태극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애국가가 울릴 때는 참을 수 없이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한 고진영은 LPGA 주요 3개 부문인 시즌 상금(198만3822달러·약 23억5000만 원)과 올해의 선수(189점), 평균 타수(69.10타)에서도 선두로 나섰다. 한국 선수가 이 3개 부문 타이틀을 휩쓴 적은 아직 없다.
한편 신인왕을 차지한 지난해 그린 적중률 1위(77.0%)에 이어 올해도 선두(78.9%)를 달리고 있는 고진영은 한 시즌 5대 메이저 대회 성적을 합산해 수여하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수상도 유력해졌다.
고진영은 8월 1일부터 열리는 시즌 마지막이자 다섯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해 2015년 박인비 이후 4년 만에 한 시즌 메이저 3승에 도전한다.
한국 선수는 이번 시즌 21개 대회에서 10승을 합작했다.
안영식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