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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종차별 발언이 범죄 부추겨” 총기참사 거센 책임론

“트럼프 인종차별 발언이 범죄 부추겨” 총기참사 거센 책임론

Posted August. 06, 2019 07:41,   

Updated August. 06, 20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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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은 총기 참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들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증오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엘패소 참사 후에도 뉴저지주의 한 골프장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총기 문제가 내년 미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오하이오 참사 범인도 백인 남성

 AP통신 등에 따르면 4일 새벽 미 중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의 용의자는 24세 백인 남성 코너 베츠다. 경찰이 사건 발생 1분도 안 돼 그를 사살했지만 사망자는 무려 9명(용의자 제외), 부상자는 27명에 달했다. 특히 사망자 중 베츠의 여동생 메건(22)도 포함됐다. 경찰은 베츠가 총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했고 범행 당시 대용량 예비 탄창, 최소 100발의 총알, 방탄복, 귀 보호 장구 등을 착용했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대량 살상을 의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데이턴 남동쪽의 벨브룩 출신으로 2017년 데이턴의 한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지만 곧 그만뒀다. 멕시칸 음식 체인 ‘치폴리’ 등에서 일했지만 확실한 직업은 없었다. 일부 언론은 그의 범행 동기에 여동생과의 갈등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 불붙는 트럼프 책임론

 3일 남부 텍사스주 엘패소 월마트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으로는 현재까지 사망자 20명, 부상자 26명 등이 발생했다. 특히 용의자인 21세 백인 남성 패트릭 크루시어스가 히스패닉 이민자를 목표로 했다는 정황 증거가 속속 쏟아지면서 인종갈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과 야당 민주당은 대통령의 연이은 인종차별적 발언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민주당 유색인종 여성 의원 4인방을 향해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같은 달 말에는 흑인이 다수인 메릴랜드주 최대 도시 볼티모어에 대해 “쥐가 들끓는 소굴”이라고 비난했다.

 엘패소 출신 민주당 대선주자인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그가 공개적으로 추기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후보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백인 우월주의 테러리스트들은 대통령의 (공격) 승인을 받았다고 느낄 것”이라고 가세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뉴욕타임스(NYT)에 “대통령이 할 일은 트위터로 애도를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인종주의 에너지를 부추기고 이용하는 것을 멈추라”고 준엄하게 일갈했다.

 백인 우월주의자의 ‘자생적 테러’가 집단화, 조직화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줄리엣 카이엠 전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이날 WP에 “외로운 늑대가 집단화하고 있다. 미국에 중대한 테러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WP에 따르면 2018년 한 해에만 미국 내 우파 극단주의자들이 연루된 살인 범죄가 최소 50건에 달한다. 1995년 이후 23년 최고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을 방어하기라도 하듯 트위터를 통해 연방정부의 대응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전 관공서에 조기 게양을 지시한 사실을 알리며 “이번 사건은 겁쟁이들의 행위다. 증오 범죄를 비난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ABC방송에 출연해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벌인 끔찍한 사건이다.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두둔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