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의 사슴
Posted August. 22, 2019 09:27,
Updated August. 22, 2019 09:27
프리다 칼로의 사슴.
August. 22, 2019 09:27.
by 이은택 nabi@donga.com.
아픔 없는 삶은 없다지만 화가 프리다 칼로만큼 고통과 인내의 삶을 산 경우는 드물 것이다. “내 그림들은 고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평생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투영한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1907년 멕시코 코요아칸의 가난한 사진가의 딸로 태어난 칼로에게 삶의 고통은 너무 일찍 찾아왔다. 6세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는 불구가 됐고, 18세 때 당한 끔찍한 버스 사고는 견딜 수 없는 극도의 육체적 고통을 평생 안겨줬다. 침대에 누워 고통과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그림은 그의 삶의 고통을 기록하는 도구이자 유일한 치유제였다. 1929년 22세의 칼로는 43세의 이혼남이자 멕시코 미술 거장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여성 편력이 심했던 리베라는 칼로의 여동생과의 외도로 그에게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큰 상처를 준다.
이 그림은 자신의 고통과 고립감을 부상당한 사슴에 비유해 그린 자화상이다. 여러 개의 화살을 맞아 피 흘리는 어린 사슴이 숲속을 헤매고 있다. 뒤로는 푸른 바다가 보이지만 번개가 내리치고 있어 그곳도 안전하지 않다. 고대 아스테카 문화에서 사슴은 오른발과 관계가 있다. 이는 과거 사고로 완전히 뭉개진 그의 오른발과 열한 곳이나 골절됐던 오른쪽 다리를 상징한다. 사슴의 발을 자세히 보면 앞발을 들어 달려 보려 하지만 뒷발은 땅에서 떼지 못하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칼로는 건강이 악화돼 거의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칼로는 47세로 죽기 1년 전 괴사로 인해 결국 오른쪽 다리를 무릎까지 절단했다. 앞쪽의 부러진 나뭇가지는 그가 자신의 나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슴 몸에 달린 칼로의 얼굴은 아픈 표정이 아니라 오히려 담담해 보인다. 마치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이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평생 고통 속에 살았던 그는 죽기 전 마지막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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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없는 삶은 없다지만 화가 프리다 칼로만큼 고통과 인내의 삶을 산 경우는 드물 것이다. “내 그림들은 고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평생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투영한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1907년 멕시코 코요아칸의 가난한 사진가의 딸로 태어난 칼로에게 삶의 고통은 너무 일찍 찾아왔다. 6세 때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는 불구가 됐고, 18세 때 당한 끔찍한 버스 사고는 견딜 수 없는 극도의 육체적 고통을 평생 안겨줬다. 침대에 누워 고통과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그림은 그의 삶의 고통을 기록하는 도구이자 유일한 치유제였다. 1929년 22세의 칼로는 43세의 이혼남이자 멕시코 미술 거장인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여성 편력이 심했던 리베라는 칼로의 여동생과의 외도로 그에게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큰 상처를 준다.
이 그림은 자신의 고통과 고립감을 부상당한 사슴에 비유해 그린 자화상이다. 여러 개의 화살을 맞아 피 흘리는 어린 사슴이 숲속을 헤매고 있다. 뒤로는 푸른 바다가 보이지만 번개가 내리치고 있어 그곳도 안전하지 않다. 고대 아스테카 문화에서 사슴은 오른발과 관계가 있다. 이는 과거 사고로 완전히 뭉개진 그의 오른발과 열한 곳이나 골절됐던 오른쪽 다리를 상징한다. 사슴의 발을 자세히 보면 앞발을 들어 달려 보려 하지만 뒷발은 땅에서 떼지 못하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칼로는 건강이 악화돼 거의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칼로는 47세로 죽기 1년 전 괴사로 인해 결국 오른쪽 다리를 무릎까지 절단했다. 앞쪽의 부러진 나뭇가지는 그가 자신의 나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슴 몸에 달린 칼로의 얼굴은 아픈 표정이 아니라 오히려 담담해 보인다. 마치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이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다. 평생 고통 속에 살았던 그는 죽기 전 마지막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미술평론가
이은택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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