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각을 읽고 뇌 질환을 치료하는 다목적 뇌 임플란트 칩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술을 좀 더 끌어올리면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도 생각만 하면 상대에게 글을 전달할 수 있고, 뇌 질환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조일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뇌 신호를 읽고 신경세포에 자극을 동시에 주는 초소형 브레인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뇌에 전극을 꽂아 뇌가 내는 신호를 읽어 사람의 의도를 읽거나 반대로 뇌에 자극을 줘 뇌 질환을 고치는 기술 모두 존재하지만 둘을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은 없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40마이크로미터(μm·100만 분의 1m) 두께의 탐침 4개가 달려 있는 브레인칩을 개발했다. 탐침별로 뇌의 전기 신호를 읽고 전기자극도 가할 수 있는 전극 8개를 심었다. 탐침은 형광등처럼 빛이 나고 주삿바늘처럼 약물이 나온다. 기존에 개발된 브레인칩과 비교해 두께가 5분의 1 수준이어서 심을 때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했다.
연구팀은 생쥐의 기억을 담당하는 뇌 속 해마 부위에 칩을 삽입해 뇌의 신호를 신경세포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했다. 빛과 약물로 기억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뇌 세포를 자극해 신경세포 연결성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조 책임연구원은 “뇌 질환은 뇌 회로가 끊어졌거나 반대로 서로 이어지지 않아야 할 뇌 회로가 연결되며 나타난다”며 “칩을 이용해 뇌 상태를 분석하고 뇌 회로가 끊어진 곳을 연결할 때는 연결성을 높이는 자극을, 잘못 연결된 곳에는 약화하는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향후 인간의 뇌와 컴퓨터 간 인터페이스 시스템과 뇌 질환 치료 기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승한 shinj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