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길 잃은‘3백 실험’...힘 못쓴 손흥민-이강인 조합

길 잃은‘3백 실험’...힘 못쓴 손흥민-이강인 조합

Posted September. 07, 2019 07:41,   

Updated September. 07, 2019 07:41

ENGLISH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손흥민-이강인’ 조합이 선을 보였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40분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2분과 후반 40분 황의조의 연속 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후반 44분 다시 동점골을 내줬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사용했던 4백 대신 3백을 택하고 3-5-2 포메이션을 들고나왔다. 김진수 황희찬을 미드필드 좌우 양 측면에 배치하고 미드필드 중앙에 권창훈과 이강인을 출전시켰다. 손흥민과 이정협이 투 톱이었다.

 벤투 감독의 의도는 확실해 보였다. 측면 돌파에 능한 김진수 황희찬을 통해 중앙 수비를 분산시키고 이 틈을 타 테크닉이 좋은 권창훈과 이강인으로 하여금 손흥민에게 키패스를 뿌리거나 직접 해결토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전에선 달랐다. 전방 패스는 실종됐고 손흥민은 공을 받으러 미드필드까지 자주 내려와야 했다. 중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격적인 미드필더들이 대거 전진하면서 수비 라인과의 간격이 벌어졌다. 이 빈 공간을 상대가 파고들며 역습할 때 미드필더들의 빠른 수비 전환이 요구됐지만 그러지 못했다. 향후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창피하다”며 “이런 경기력이라면 월드컵에 못 나간다”고 쓴소리를 했다. 벤투 감독도 경기가 끝난 후 “전반전 경기 내용만 본다면 지금까지 치른 17경기 중 최악”이라고 자평했다.

 이날 관심이 집중된 이강인은 18세 198일로(역대 최연소 7위)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전반 초반 압박을 피하며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보낸 장면이나, 후반 6분 프리킥 상황에서 골대를 맞힌 정교한 왼발 슛은 그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보여줬다. 하지만 상대와의 거친 몸싸움 후 몇 차례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이후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경기력이 저하됐다.

 이강인은 이날 선호하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나 20세 이하 월드컵 때처럼 위치를 가리지 않는 프리롤을 부여받지 못했다. 장점인 왼발 공격과 전방에서의 창의적 역할이 제한된 셈이다. 벤투 감독도 “전반적으로 대표팀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데다 평소 뛰던 포지션이 아니어서 이강인에 대해 이날 경기만으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멀티플레이를 요구하는 현대 흐름상 다양한 임무 수행 및 적극적인 수비 가담은 이강인 본인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해 보인다.

 벤투 감독은 6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실험했다. 그중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동경은 침착한 볼 컨트롤과 크로스로 다시 한번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 대표팀은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방문경기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