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데뷔전이었다.
‘황소’ 황희찬(23·잘츠부르크)이 ‘꿈의 무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데뷔전에서 빅클럽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황희찬은 18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20 UCL E조 1차전 헹크(벨기에)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엘링 홀란드와 최전방 투톱으로 나선 황희찬은 전반 36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패스를 이어 받아 그대로 질주했다. 상대 수비라인을 돌파한 황희찬은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발끝으로 침착하게 공을 터치했다. 달리는 동작에서 방향만 튼 간결한 슛이었다. 공은 골문 오른쪽을 파고들었다. 이 골로 황희찬은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로 UCL에서 골을 넣은 한국인 선수가 됐다. 최연소 기록은 2014년 코펜하겐을 상대로 골을 넣었던 손흥민(당시 22세·레버쿠젠)이 갖고 있다. 한국 선수로 UCL 본선 데뷔전 골은 황희찬이 처음이다.
또 황희찬은 전반 34분과 45분 홀란드의 골을 연속 어시스트했다. 홀란드는 이날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잘츠부르크는 6-2 대승을 거뒀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경기에서 황희찬에게 최고 평점인 10점을 주었다. 3골을 넣은 홀란드(9.5점)보다 높은 평점이었다.
황희찬의 장점인 돌파력이 돋보였다. 황희찬은 최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뛰기도 했다. 황희찬의 돌파력을 살려 측면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수비 부담이 많은 윙백 자리는 황희찬에게 맞지 않았다. 황희찬을 다시 공격수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의 선발 투톱은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27·보르도)다. 황희찬으로서는 쉽지 않은 경쟁 구도다. 그러나 황희찬이 공격수로 계속 최고 기량을 발휘한다면 벤투 감독의 구상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황희찬은 이미 빅클럽의 스카우트들로부터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 50명의 스카우트가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등 빅 클럽의 스카우트들이다. 앞으로의 활약에 따라 빅 클럽으로의 도약도 꿈꿀 수 있다.
한편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강인(스페인 발렌시아)은 이날 H조 첼시(잉글랜드)전에서 후반 45분 교체 출전해 약 5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인으로는 역대 최연소(18세 6개월 30일)로 UCL 본선에 데뷔했다. 이전 기록은 지난해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이 세웠던 19세였다. 이는 또한 발렌시아의 최연소 외국인 데뷔 기록이기도 하다.
발렌시아의 신임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은 공격수 호드리고 모레노 대신 이강인을 투입했다. 이전 감독체제에서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주로 나섰으나 이날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이강인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 재능을 살릴 수 있는 포지션이다. 셀라데스 감독이 이강인을 계속 이 포지션으로 기용한다면 이강인에게는 좀 더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찾을 기회가 될 수 있다. 발렌시아는 1-0으로 이겼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