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전자는 발견되었다. 1897년 영국의 물리학자 J J 톰슨은 갖가지 기술적인 어려움에도 원자 속에서 음전하를 띤 입자, 즉 전자를 발견했다. 122년 전의 일이다. 당시는 상업용 전기가 없던 시절이었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 전자를 발견한 것은 과학 연구의 본질을 말해준다. 과학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래를 발견하는 학문이다.
당시 연구소를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가 전기를 축전할 수 있는 축전기의 용량이었다. 화학 축전기의 개수가 많을수록 훌륭한 연구소였다. 당시 축전기는 알레산드로 볼타가 1800년에 고안한 것으로, 금속 전극과 물과 황산의 혼합물로 이루어졌다. 금속 전극이 부식되면 역한 냄새가 났다. 이 축전기의 가장 높은 전압은 2V(볼트) 정도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전자를 발견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전자를 발견한 톰슨은 공로를 인정받아 190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자 3명에게 돌아갔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에서 산화환원 반응에 의해 화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되는 장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이차전지로 에너지를 가역적으로 변화하여 충전하여 다시 쓸 수 있다. 이런 화학적인 기본 원리가 개발된 것은 1972년이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이 중 양극과 음극의 전압 차이가 전압을 만들어낸다. 스탠리 휘팅엄 교수(뉴욕주립대), 존 구디너프 교수(텍사스대), 요시노 아키라 교수(메이조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물질인 양극활물질과 음극활물질을 연구한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1991년 소니에 의해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그 용량이 거의 3배나 증가되었다. 앞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어떤 식으로 발전되고 응용될까? 우리는 그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마치 전자의 발견처럼.
지금 우주의 별만큼이나 수많은 화합물과 혼합물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이용해 무수한 발견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과학은 다양한 원소들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 과학자들이 그리고 있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과 감동을 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과학자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작은 전자의 움직임을 이용해 스마트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노벨상은 노벨의 유언처럼 인류의 복지 향상을 위한 발견에 주어진 것임에 틀림없다.
노벨상을 수상한 요시노 교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요즘 보면 자신의 눈앞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가 맞는다면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이 아니라 주위와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