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은 습기와 우울을 날려버리는 태양의 오페라다. 풍요롭고 정밀하며, 건축적으로 완벽하다.”(프리드리히 니체)
바그너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철학자도 돌아 세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사라사테가 바이올린 곡 ‘카르멘 환상곡’으로 편곡해 현악 애호가들까지 사로잡았고, 오페라 초보자마저 처음 보는 순간 매료시키는 작품이다. 2015년 서울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수상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솔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이 프랑스 음악극의 대명사 ‘카르멘’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팜 파탈’의 대명사인 집시 여인 카르멘과 잘생기고 순진한 부사관 돈 호세의 치명적 사랑을 그린 이 오페라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화려한 리듬이 지중해의 햇살 속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유럽 전역의 오페라극장에서 천재 무대 디자이너로 인정받아온 자코모 안드리코가 무대를 안달루시아 특유의 눈부신 하얀색 회벽으로 장식한다. 2016년 이탈리아 남부 카타니아의 고대극장에서 벨리니 ‘노르마’를 전석 매진시킨 잔도메니코 바카리가 연출을 맡는다.
배경은 19세기 초 세비야. 고향 처녀 미카엘라와 결혼 얘기가 오가던 부사관 돈 호세는 담배공장 여공인 카르멘에게 마음을 빼앗겨 탈영을 저지르고, 산적의 무리에 끼어든다. 그러나 ‘사랑은 새처럼 자유로워 길들일 수 없다’고 노래하는 카르멘의 마음은 이내 돈 호세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는데….
집시 여인 카르멘 역에는 밀라노 스칼라극장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현역 최고의 카르멘을 선보이고 있는 주세피나 피운티가 국내 정상의 메조소프라노 추희명과 더블캐스팅으로 출연한다. 순진남 돈 호세 역은 2015년 전 유럽 영화관에서 상영한 ‘카르멘’ 실황 영상으로 가창력과 연기력이 함께 증명된 잔카를로 몬살베, 베로나 야외오페라 등에서 호평을 받은 다리오 디 비에트리가 맡는다. 돈 호세의 고향 연인 미카엘라는 소프라노 김은희 황진아, ‘투우사의 노래’로 2막의 ‘신 스틸러’가 되는 투우사 에스카미요는 바리톤 엘리아 파비안과 우주호가 출연한다.
‘카르멘’은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화려한 스페인 춤곡들이 관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쿠바에서 역수입된 ‘하바네라’, 건조한 공기가 묻어나는 ‘세기디야’, 투우사들의 입장을 수놓는 ‘파도소블레’ 등 스페인 춤을 스페인 카스티야라만차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혜경 오픈 시어터 대표가 안무와 감독을 맡아 선보인다.
오늘날 오페라 음반계를 안토니오 파파노와 양분하고 있는 거장 알베르토 베로네시가 지휘봉을 든다. 그는 볼로냐 코무날레 극장 예술감독과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대표를 맡고 있다.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로 푸치니 ‘에드가’, 조르다노 ‘페도라’, 마스카니 ‘친구 프리츠’ 등의 오페라 전곡반을 발매해 왔다.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한다.
11월 16일 오후 7시, 17일 오후 5시. 3만∼25만 원.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