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의 왕실 묘역인 서울 석촌동 고분군에서 화장을 한 사람 뼈 4.3kg이 수습됐다. 백제 고분에서 화장한 인골(人骨)이 다량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한성백제 왕실의 장례 문화를 보여줘 주목된다.
한성백제박물관은 “고분군 남쪽 1호분 주변 발굴 결과 새로 발견된 적석묘(積石墓·돌무지무덤)의 매장의례부(시신을 묻고 장례를 치른 시설) 3곳에서 인골이 출토됐다”며 “한 지점에서만 인체의 같은 부위 뼈가 2개 이상 발견돼 여러 사람의 뼈로 보인다”고 23일 밝혔다.
인골은 토기를 비롯한 제사 유물과 함께 고운 점토로 덮여 있었으며 화장 뒤 잘게 분골한 것으로 분석됐다. 마치 뿌려지듯 흩어진 상태로 출토됐다.
특히 1호분과 북쪽 2호분 사이에서 남북방향 약 100m, 동서 약 40m 공간에 네모 모양의 적석묘 16기가 사방으로 빈틈없이 붙어있는 초대형 ‘연접식 적석총’이 백제 고분에서는 처음 발견됐다. 적석묘의 가장자리 한 축에 잇대어 바로 돌을 덧붙여 쌓아나가며 무덤이 확장되는 형태로 1호분과 이어져 있다. 박물관은 “1호분이 단독 무덤이 아니라 연접식 적석총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귀걸이, 유리구슬, 중국제 청자, 토기, 기와 등 총 5000여 점의 유물도 함께 출토됐다.
박물관 부설 백제학연구소의 최진석 학예연구사는 “4세기 후반경 여러 대에 걸쳐 무덤을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발굴에 따라 연접한 적석묘가 계속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접식 적석총은 중국 지안시의 일부 고구려 적석총에서 길게 이어진 형태로 확인되기도 한다.
석촌동 고분군은 1970년대부터 본격 발굴조사가 이뤄진 백제의 왕릉급 고분군으로 현재 적석총 5기와 흙무덤 1기 등 총 6기가 복원돼 있다. 3호분은 한 변의 길이가 50m에 이르는 대형으로 백제의 전성기를 이룬 근초고왕릉으로 보기도 한다. 1917년도에 제작된 고분분포도에 따르면 석촌동과 송파동, 방이동 일대에 300여 기의 대형 고분이 있었지만 전쟁과 개발로 대부분 훼손, 멸실됐다. 그러나 아직 지하에 무덤 일부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