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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한 돈

Posted November. 11, 2019 07:38,   

Updated November. 11, 201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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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유익한 것은 사기를 당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대가로 현명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쇼펜하우어 ‘희망에 대하여’

 이 글을 고등학생 시절 우연한 기회에 읽었을 때 궤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염세주의 철학자의 냉소적 어구가 ‘마인드셋(마음가짐)’ 이론을 접하고 나서는 다르게 다가섰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이들에게는 사기당한 돈조차도 유익한 돈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생긴 것이다. 사회심리학 및 발달심리학의 석학인 캐럴 드웩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실수를 통해 무엇을 얻느냐는 그 사람이 어떤 마인드셋을 가졌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고정 마인드셋에 좌우되는 이는 사람들의 재능이나 가치가 애초에 정해져 있다고 믿기 때문에 반성과 배움이 없다. 그러나 성장 마인드셋이 있는 이는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노력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에겐 지금 누가 더 잘하느냐를 비교하는 것보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보다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를 비교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따라서 지금 저지른 실수에 속이 쓰리긴 하지만 앞으로 고쳐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장 마인드셋을 지니면 항상 거울을 갖고 사는 것과 같은 삶의 힘을 얻는다. 당장의 실패에 낙심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를 거울 삼아 의미를 찾고 배우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경쟁 과정에서 승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점이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란 걸 깨닫는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제 안 좋은 일이 있었는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그 일은 단순한 불행에 그칠 수도 있고 새로운 성장에 발판이 되는 축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명문구처럼 사기당한 돈은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 수 있다.


김성경기자 tjdrud030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