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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미군 감축 예측 않겠다”...한미 양측에서 흔드는 동맹

美국방 “미군 감축 예측 않겠다”...한미 양측에서 흔드는 동맹

Posted November. 21, 2019 07:33,   

Updated November. 21, 201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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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장관은 그제 주한미군 감축 여부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15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발표한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내용과 비교하면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23일 0시에 자동 종료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에 대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묵시적인 압박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3차 협상에서 미국 대표는 “한국은 공정·공평 분담이라는 우리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 7시간 예정된 회의가 시작된 지 80분만이었다. 동맹간 회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1991년 SMA 회의 시작이래 처음이다. 동맹을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거친 트럼프식 협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듯한 압박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SMA 협상과 지소미아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미국은 압박의 강도를 계속 더 높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입장에선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강대국의 ‘힘의 정치’를 무조건 비난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문재인 정부도 동맹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고민이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청와대는 미국이 지소미아를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상징처럼 여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소미아는 한일 간 문제”라며 폐기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 행정부는 물론 의회와 지한파 전문가들의 우려와 호소에 아랑곳없이 지소미아 종료 시점인 23일 0시를 향해 가고 있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트럼프의 동맹 흔들기를 견제하고 비판해 줄 미국내 지한파 인사들 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가 각자의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양쪽에서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이런 동맹의 위기는 일찍이 없었다. 한미동맹은 이렇게 일정한 기간 권력을 위암받은 시한부 정권들이 마음대로 뿌리를 흔들어 버려도 되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수많은 양국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쳐 쌓아온 동맹을 한일갈등 전략이나 분담금 더 받아내기 차원에서 망가뜨려선 안된다. 한미 양국 정권 모두 동맹의 의미와 가치를 더 깊이 성찰하고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