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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안나처럼 힘든 순간에도 힘내세요”

“겨울왕국 안나처럼 힘든 순간에도 힘내세요”

Posted November. 27, 2019 07:24,   

Updated November. 27, 20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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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터는 작품을 마치고 자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을 최고로 꼽는다고 한다. 가족처럼 애정을 쏟은 캐릭터가 애니메이터의 손길 없이도 비로소 살아 숨쉬게 되기 때문이다.

 26일 만난 디즈니 ‘겨울왕국2’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현민 슈퍼바이저(38)는 인터뷰 내내 그가 담당한 캐릭터 ‘안나’를 가족의 일부처럼 표현했다. 그는 ‘겨울왕국2’에 참여한 수십 명의 애니메이터들을 총괄해 ‘안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캐릭터가 스스로 생명력을 갖게 됐을 때 애니메이터들은 비로소 성공했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안나와 엘사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주시는 걸 보면 마음 한편에 ‘아휴, 앞으로 더 잘 살아야 해!’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를 졸업하고 2007년 인턴십으로 디즈니에 발을 들여 12년째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다.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1’, ‘주토피아’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했다. ‘겨울왕국1’ 제작 당시 안나 캐릭터의 초기 디자인 작업을 하며 인연을 맺어 ‘겨울왕국2’에서는 애니메이터들이 디자인한 안나의 모습을 총괄해 일관성을 더하는 슈퍼바이저가 됐다.

 “안나가 1편도 그랬듯 여전히 씩씩하고 밝지만 한편으로는 걱정과 책임감이 많아졌어요. 생각이 깊어진 모습을 무게감 있는 색깔의 의상, 머리 스타일까지 다방면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엘사의 초능력이 눈과 얼음을 만드는 것이라면 안나가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 이 씨는 안나가 가진 ‘초능력’으로 다른 이들을 걱정하고 감싸 안는 ‘포용력’을 꼽았다.

 “1편에서는 철없는 왈가닥 직진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 걱정하고 갈등하는 캐릭터로 좀 더 성숙했지요. 안나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는 캐릭터인데 혼자가 됐을 때 어떻게 자기만의 힘을 끌어내는 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안나가 실제 사람이라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통통 튀고 발랄한 이 씨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해에 애니메이터의 길을 누구보다 응원한 어머니를 갑작스레 암으로 잃는 시련을 겪었다.

 “낯선 미국에서 혼자 적응하는 게 큰 도전이었어요. 안나가 ‘The Next Right Thing’을 부르는 장면 기억하시죠? 항상 옆에 있던 사람들 없이 어느 순간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그런 순간들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관객들이 안나를 보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어요.”


이서현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