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일행이 청두에서 봐야 할 것들
Posted December. 09, 2019 07:35,
Updated December. 09, 2019 07:35
대통령 일행이 청두에서 봐야 할 것들.
December. 09, 2019 07:35.
by 고기정기자 koh@donga.com.
3년 전인 2016년 언론사 간 업무제휴 때문에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에 몇 번 다녀왔다. 중국도 우리처럼 지방정부가 택시면허 총량을 관리한다. 급격한 도시화 때문에 대부분 지역에서 택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중국판 우버 ‘디디다처(滴滴打車)’를 주로 이용했다.
한번은 차량을 호출한 지 10분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었다. 택시를 잡아야 하나 생각했을 때쯤 메시지가 왔다. “늦어서 죄송하다. 서비스 지연으로 호출자 계좌에 10위안을 입금했다.” 한화로 1600원가량…. 그로부터 약 5분 뒤 디디다처 소속 운전사가 도착했다. 행선지까지 요금은 16위안(약 2700원). 지체 보상금 10위안을 받고 운행요금으로 16위안을 냈으니 6위안에 서비스를 이용한 셈이다. 실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소비자 보상과 그에 따른 만족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그날 디디다처는 이용자의 시간을 보상해 줬다. 한국엔 없는 서비스였다.
현지인 자택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였다. 생수 등 몇몇 물품이 필요했다. 집주인은 스마트폰의 슈퍼마켓 배달앱으로 검색을 했다. 필요 물품을 입력하면 청두 전체의 크고 작은 앱 가맹점이 제시하는 물품 가격이 뜬다. 이용자는 배달시간과 금액을 고려해 적당한 슈퍼마켓을 고르면 된다. 대개의 경우 집 근처 점포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배달은 한국처럼 배달앱 업체가 하는 게 아니라 슈퍼마켓에서 직접 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중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차 청두에 간다고 한다. 청두는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어디쯤 되는 곳이다. 우리한테는 삼국지에서 유비의 촉한이 자리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중국에선 궁벽한 변방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럼에도 청두가 속한 쓰촨은 중앙정부의 서부대개발공정에 힘입어 상하이 등 연안도시에 이어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다. 도시 개발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중국 내 엘리베이터 업체들이 청두만 바라보고 있다는 말도 있다.
청두가 인상적이었던 건 이런 하드웨어가 아니라 중국 서부 끝단에서까지 쉴 틈 없이 벌어지고 있는 서비스 혁신이었다. 우리는 여태 ‘타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에선 이미 3년 전에 지체 보상금까지 주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일반화돼 있었다. 디디다처는 이후 경쟁사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합병해 디디추싱(滴滴出行)이라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이 됐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CB인사이츠가 평가한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560억 달러(약 67조 원),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346개 중 3위다. 디디추싱은 미국 우버의 중국 법인인 우버차이나도 흡수했다. 반면 한국에선 승차공유가 제대로 도입되기도 전에 택시 요금부터 인상됐고, 그나마 가입자 150만 명의 관련 업체는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청두의 슈퍼마켓 앱은 시장원리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 육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에선 동네 슈퍼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출점 규제에 이어 복합쇼핑몰 강제 휴무까지 추진되고 있다. 중국에선 아주 간단하지만 정부 간섭이 없는 신기술이 소상공인의 활로를 뚫어주고 있다.
이번에 문 대통령 일행이 청두에 가면 이런 혁신들을 봤으면 한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기업하려는 욕망’이 시장이라는 틀에서 어떻게 분출돼 소비자 후생과 결합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담보하고 있는지 느껴보길 바란다. 마침 정부가 내년에 또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사회주의 중국에선 정부가 그런 대책 내놓지 않아도 시장이 알아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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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2016년 언론사 간 업무제휴 때문에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에 몇 번 다녀왔다. 중국도 우리처럼 지방정부가 택시면허 총량을 관리한다. 급격한 도시화 때문에 대부분 지역에서 택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중국판 우버 ‘디디다처(滴滴打車)’를 주로 이용했다.
한번은 차량을 호출한 지 10분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었다. 택시를 잡아야 하나 생각했을 때쯤 메시지가 왔다. “늦어서 죄송하다. 서비스 지연으로 호출자 계좌에 10위안을 입금했다.” 한화로 1600원가량…. 그로부터 약 5분 뒤 디디다처 소속 운전사가 도착했다. 행선지까지 요금은 16위안(약 2700원). 지체 보상금 10위안을 받고 운행요금으로 16위안을 냈으니 6위안에 서비스를 이용한 셈이다. 실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소비자 보상과 그에 따른 만족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그날 디디다처는 이용자의 시간을 보상해 줬다. 한국엔 없는 서비스였다.
현지인 자택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였다. 생수 등 몇몇 물품이 필요했다. 집주인은 스마트폰의 슈퍼마켓 배달앱으로 검색을 했다. 필요 물품을 입력하면 청두 전체의 크고 작은 앱 가맹점이 제시하는 물품 가격이 뜬다. 이용자는 배달시간과 금액을 고려해 적당한 슈퍼마켓을 고르면 된다. 대개의 경우 집 근처 점포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배달은 한국처럼 배달앱 업체가 하는 게 아니라 슈퍼마켓에서 직접 해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중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차 청두에 간다고 한다. 청두는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어디쯤 되는 곳이다. 우리한테는 삼국지에서 유비의 촉한이 자리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중국에선 궁벽한 변방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럼에도 청두가 속한 쓰촨은 중앙정부의 서부대개발공정에 힘입어 상하이 등 연안도시에 이어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다. 도시 개발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중국 내 엘리베이터 업체들이 청두만 바라보고 있다는 말도 있다.
청두가 인상적이었던 건 이런 하드웨어가 아니라 중국 서부 끝단에서까지 쉴 틈 없이 벌어지고 있는 서비스 혁신이었다. 우리는 여태 ‘타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에선 이미 3년 전에 지체 보상금까지 주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일반화돼 있었다. 디디다처는 이후 경쟁사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합병해 디디추싱(滴滴出行)이라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이 됐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CB인사이츠가 평가한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560억 달러(약 67조 원), 전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 346개 중 3위다. 디디추싱은 미국 우버의 중국 법인인 우버차이나도 흡수했다. 반면 한국에선 승차공유가 제대로 도입되기도 전에 택시 요금부터 인상됐고, 그나마 가입자 150만 명의 관련 업체는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청두의 슈퍼마켓 앱은 시장원리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 육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에선 동네 슈퍼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출점 규제에 이어 복합쇼핑몰 강제 휴무까지 추진되고 있다. 중국에선 아주 간단하지만 정부 간섭이 없는 신기술이 소상공인의 활로를 뚫어주고 있다.
이번에 문 대통령 일행이 청두에 가면 이런 혁신들을 봤으면 한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기업하려는 욕망’이 시장이라는 틀에서 어떻게 분출돼 소비자 후생과 결합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느 정도의 성공을 담보하고 있는지 느껴보길 바란다. 마침 정부가 내년에 또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사회주의 중국에선 정부가 그런 대책 내놓지 않아도 시장이 알아서 하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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