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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한껏 조롱하며 ‘트럼프 친분’ 매달리는 北의 오만과 비굴

南한껏 조롱하며 ‘트럼프 친분’ 매달리는 北의 오만과 비굴

Posted January. 13, 2020 07:35,   

Updated January. 13, 20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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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로 낸 담화에서 남측을 향해 “중뿔나게 끼어들지 말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소통하되 남한은 배제) 기조를 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담화는 북-미 정상 간 친분관계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조미(북-미) 대화가 다시 성립하려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담화는 비록 진작 일선에서 물러난 한물 간 인사를 내세운 것이지만, 북한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낸 대외 메시지다. 그 계기는 전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우리 정부를 한껏 조롱하기 위한 것이었다. 담화는 남측의 전달자 역할에 ‘설레발’ ‘호들갑’이라며 “바보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자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한껏 비웃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이 말하고 싶은 대상은 미국이었다. 북한은 남측의 통지문과는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받았다며 북-미 정상 간 친분관계를 과시했다. 두 정상 간에는 ‘특별한 연락통로’가 따로 있다고 했고, 둘 사이의 친분관계는 “세상이 다 인정하는 바”라고도 했다. 대형 도발을 늦춰가며 장기전을 내세운 형국에서 김정은이 믿을 유일한 끈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라고 시인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담화는 그간 북-미 대화에서 계속 속임을 당했다며 김정은이 ‘사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국사(國事)를 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조건도 한층 높였다. 지난해 2·29 하노이 결렬 당시의 대북제재 해제와 영변 핵시설 폐기의 맞교환 협상은 안 된다고도 했다. 결국 판돈을 확 올리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도, 게다가 남측이 낀 3자 협상도 필요 없으니 다시 정상 간 담판으로 직행하자는 얘기인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원색적 대남 비난을 하면서 대미 구애를 위한 구실로 삼았다. 약자엔 무자비하고 강자엔 비굴하게 구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 술수다. 북한이 미국과의 소통을 위한 첫 발판으로 이용한 것도 남북관계였다. 물론 앞으로 정부가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중재자, 촉진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년 반 전 평양에서 받은 극진한 환대에 멈춰 있는 대북 인식으론 북한의 편한 노리갯감이 될 뿐이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