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니는 동화책처럼 읽기 쉽다.”
1년 3개월 만의 복귀전을 앞둔 ‘악동’ 코너 맥그레거(32·아일랜드·라이트급 4위)의 걸쭉한 입담은 여전했다. 16일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맞붙을 백전노장 도널드 시로니(37·미국·라이트급 5위)에 대해 “존중해야 할 상대”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승리를 자신했다. 자신의 주 종목(라이트급)보다 한 체급 위인 웰터급(170파운드)으로 경기를 치르기에 시로니(185cm)보다 신장이 10cm 작은(175cm) 맥그레거가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맥그레거는 “KO로 승부가 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괜한 큰소리는 아니었다. 맥그레거는 1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246’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1라운드 40초 만에 시로니를 상대로 화끈한 TKO승리를 거뒀다.
오랜만의 복귀전이라 몸이 근질근질한 듯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온몸을 날려 레프트펀치 공격을 시도해 시로니를 움찔하게 한 맥그레거는 보통의 선수들이 ‘쉬어가는’ 클린치 상황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자신의 어깨로 시로니의 얼굴을 공략하며 타격을 입힌 맥그레거는 거리를 벌린 뒤 레프트킥, 니킥을 적중시켜 시로니를 쓰러뜨린 뒤 파운딩 세례를 퍼부으며 경기를 끝냈다. 불과 40초 만이었지만 시로니의 얼굴은 풀타임 경기를 치열하게 치른 선수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대전료만 300만 달러(약 34억8000만 원)를 보장받은 맥그레거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초당 7만5000달러(약 8700만 원)를 벌었다. 여기에 유료시청 시스템인 페이퍼뷰(PPV) 등 수익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15개월의 공백기 동안 폭행 사건에 연루되는 등 기행을 저지른 맥그레거지만 이날은 매너도 깔끔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로니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훈훈한 모습도 연출했다. 연평균 4차례의 경기를 치르는 ‘성실한’ 모습으로 UFC 사상 최다승(23승)을 기록한 상대에 대한 예우였다.
이로써 맥그레거는 페더급, 라이트급, 웰터급에서 모두 KO승을 거둔 첫 번째 파이터가 됐다. 화려하게 부활한 그는 15개월 전 자신에게 쓴 패배를 안긴 라이트급 챔피언 하비프 누르마고메도프(32·러시아)와의 재대결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