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테니스 전설’ 존 매킨로(61·미국)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4·체코)가 28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가 한창인 멜버른 파크의 마거릿 코트 아레나에서 “경기장 이름을 바꾸라”며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이본 굴라공 아레나(Evonne Goolagong Arena)’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나브라틸로바는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18회 우승, 매킨로는 남자 단식 7회 우승에 빛나는 레전드다.
이날 호주오픈 이벤트 경기의 심판으로 나선 나브라틸로바는 관중석에 있던 매킨로를 코트로 불러 함께 게릴라 시위를 펼쳤다. 호주 출신으로 현역 시절 24개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쥔 마거릿 코트(78)의 이름을 딴 ‘마거릿 코트 아레나’를 ‘이본 굴라공 아레나’로 바꾸자는 취지였다. 역시 호주 출신인 이본 굴라공(69)은 호주오픈 우승 4번을 포함해 7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들이 마거릿 코트 아레나의 이름을 문제 삼은 것은 그가 평소 쏟아낸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발언 때문이다. 기독교 목사가 된 코트는 “테니스는 레즈비언 판이다” “트랜스젠더의 아이들은 악의 산물이다” 등의 과격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호주 국적 항공사 콴타스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경기장 이름을 바꾸자는 여론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렇지만 코트의 ‘캘린더 이어 그랜드슬램’(한 해에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 달성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수면으로 떠올랐다. 나브라틸로바와 매킨로의 시위에 대해 호주테니스협회 측은 “(두 사람은) 규정을 위반했다. 서로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규정을 벗어나 행동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