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의 자유를 크게 제한받아 본 적이 없는 체제에서 태어난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게 있다. 우리가 낯선 사람을 만나 뭔가를 같이 하려고 하는 행위 그 자체가 경제의 주요 동력이라는 점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새삼 만남의 경제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서구의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중국이 집단생활 체제를 유지하던 개방화 이전 시기를 사례로 들곤 한다. 1990년대 초반 직접 만났던 중국 기상청의 직원들은 모두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같은 식당, 같은 사무동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그런 상태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휴대전화와 자동차, 화장품을 가져다주더라도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는 사람들이 다 같은 울타리에서, 모두 같은 유니폼을 입고 생활하기 때문에 자주 휴대전화를 자주 쓸 일도, 멋지게 치장할 기회도 적기 때문이다.
여전히 잘 와닿지 않고 있었지만, 거리에서 사람이 사라진 중국 우한 시내의 거리 사진을 보면 공포감마저 든다.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만남을 꺼리면서 백화점과 공연장 등에서 경제적 위축이 나타나고 있다. 낯선 누군가를 만나려고 해야 찻집과 식당, 자동차, 휴대전화 등이 필요해진다.
신종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해가 없었다면 일상은 유지됐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면역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라도 사람들은 행동반경을 줄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완치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어 다행스럽다. 감염자가 갑자기 늘어 병원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감염증 치료에도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안전하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줄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경제 위축으로 서민 경제 등 취약한 고리가 먼저 터지는 일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 사태는 중국과 교류가 많은 우리에게 생각해 볼 문제도 던지고 있다. 바이러스는 한국의 자동차 공장을 멈추게 했다. 중요한 부품이 아닌데도 중국에 공급처를 집중함으로써 중국 내 물류와 생산에 문제가 생기자 공장이 멈춘 것이다. 지진 등 재해가 많은 일본은 눈앞의 경제성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공유경제에 미칠 영향도 이번 기회에 생각을 해봐야 한다. 바이러스 전염이 걱정되니 길에는 공유 자전가와 공유 킥보드가 서 있는 경우가 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 중에는 집 안으로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었다. 공유경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전염병 사태에 대한 대비는 필수로 보인다.
생산 차질과 국내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해 외국의 경제기관들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만약 바이러스로 인해 실제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면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준비해야 하고, 여기에는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이 동원되기 마련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집값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아직까지는 전망치일 뿐이다. 경제적 부작용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 기업 개인 등 각 경제 주체가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다. 대통령이 연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기회에 사람의 활동을 제한하는 요인이 바이러스만은 아니라는 점도 정부 당국이 절실하게 인식했으면 한다. 정책과 제도는 사람들이 만나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허진석 산업2부장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