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판정에 대한 기준을 바꾸면서 후베이(湖北)성의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폭증했다. 코로나19 발생지인 우한(武漢) 등 후베이성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그동안 실상을 은폐·축소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12일 하루 사이 확진 환자는 1만4840명, 사망자는 242명 늘었다고 13일 발표했다. 11일에 비해 확진 환자 수는 약 9배, 사망자 수는 약 2.6배 증가한 것이다. 매일 오전 공식 집계를 발표해왔던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오후까지도 통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후베이성은 “환자들이 제때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임상(치료) 진단을 확진 판정 기준으로 추가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핵산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내렸지만 이제 의료진의 판단 및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해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기준을 바꾸면서 확진자가 대폭 늘었다”는 설명이다. 후베이성에 따르면 이런 ‘임상 진단’에 따른 확진 환자와 사망자는 각각 이날 증가 환자의 약 90%(1만332명)와 약 56%(135명)를 차지했다.
후베이성은 “전국 다른 성(省)이 공표한 확진 판정 기준에 맞추기 위해 13일부터 ‘임상 진단’ 환자를 확진 환자에 포함시켜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성에서 이미 적용해 왔던 확진 판정 기준을 이제야 적용했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이 확진 분류의 근거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19 진단 방안’(제5판)은 일주일여 전인 4일에 이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우한 등에서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폐렴 환자와 사망자가 나와도 과부하에 걸린 의료진이 일반 폐렴으로 분류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후생노동성은 13일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신규 감염자가 44명(승객 43명, 승무원 1명) 나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크루즈선에서만 확진 환자가 218명 나왔고, 일본 내 감염자 수는 총 247명으로 늘었다.
한국에서는 이날 추가 감염자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사망자 급증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보건당국에 환자 수 급증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고 13일 밝혔다.
윤완준 zeitung@donga.com · 이미지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