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인 홍보 담당자는 손흥민(28·토트넘)이 시즌 막바지에 복귀해 2, 3경기를 뛸 것으로 본다. 하지만 나는 손흥민이 시즌 중에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18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회견에 앞서 구단 측은 ‘오른팔이 골절된 손흥민이 이번 주 수술을 받고 이후 몇 주간 재활에 집중할 것’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은 “내가 공지를 썼다면 내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아웃’까지 예상한 것이다. 토트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마지막 경기는 약 3개월 뒤인 5월 17일 크리스털 팰리스를 상대로 예정돼 있다.
손흥민은 16일 애스턴 빌라와의 리그 경기(3-2 토트넘 승)에서 전반 31초 만에 상대 수비수 에즈리 콘사와 충돌해 오른팔을 다쳤다. 공격수 해리 케인(햄스트링 부상)이 장기 결장 중인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은 풀타임(추가 시간 포함 100분)을 뛰며 2골을 넣는 투혼을 발휘했다. 부상 속에서도 맹활약을 한 손흥민은 26라운드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대다수 영국 언론은 손흥민의 수술 후 회복 기간을 6∼8주로 보고 있다.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장(전 한국 축구대표팀 주치의)은 “뼈가 부러져 어긋난 상황이라기보다는 금이 간 상태(선상골절)로 8주 정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 선상골절도 통증이 심한데 손흥민의 정신력이 정말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픔을 참고 경기를 계속 뛴 것이 부상을 악화시키지는 않았을까. 송 원장은 “축구 선수는 체중이 다리로 쏠리기 때문에 골절 이후 팔에 추가 충격이 없었다면 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2017년 6월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도 오른팔이 부러진 적이 있다. 당시 서울 경희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두 달여 만에 EPL 경기(2017∼2018시즌 개막전)에 복귀한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누비는 느낌이 너무 그리웠다”고 말했다. 복귀 뒤에도 한동안 붕대를 감거나 보호대를 차고 경기에 나섰던 손흥민은 오른팔에 박힌 철심을 지난해 여름에야 제거했다(표 참조).
전문가들은 손흥민의 정확한 부상 부위가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3년 전에는 오른팔 전완(팔꿈치부터 손목까지)에 있는 뼈의 팔꿈치 쪽 부분을 다쳤다. 서경묵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뼈가 한번 부러졌던 곳이 다시 부러지기는 쉽지 않다. 회복을 하는 동안 뼈에서 진액이 나와 두꺼워지기 때문이다. 이번 골절은 손목에 가까운 쪽 뼈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 번이나 오른팔을 다친 손흥민이 트라우마를 겪게 될 우려도 있다. 재활 의료진과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부상이 반복되는 선수들은 분노, 거부(상황 회피), 수용(재활 돌입)의 단계를 거친다. 분노와 거부의 단계를 빠르게 지나도록 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고, 복귀 후 재기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흥민은 최근 상대 수비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다. 거친 몸싸움 속에 부상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성봉주 박사는 “유도 선수처럼 낙하 시 몸을 둥글게 말아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 등을 손흥민이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수술 후 밸런스 트레이닝을 통해 양쪽 팔의 근기능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부상은 토트넘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모두에 악재다. 또한 회복이 늦어질 경우 올여름으로 예정된 병역 특례에 따른 기초군사훈련 입소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19일 이브닝스탠더드 등 일부 영국 언론은 “손흥민이 오른팔 수술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손흥민은 3년 전 수술을 받은 병원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부 한국 팬들은 손흥민과 충돌한 애스턴 빌라 콘사의 인스타그램 등을 찾아가 악플을 남겨 물의를 빚었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