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시 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은 당국의 정보 통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공개한 내부 고발자였다. 경찰의 조사와 처벌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더해진 상태에서도 환자를 진료하다 지난달 9일 감염됐던 그는 이달 7일 34년의 짧은 생을 마쳤다. 그는 사망 전 “신종 코로나 퇴치 전선의 탈영병이 되고 싶지 않아 회복 뒤 치료 일선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지키지 못한 유언이 됐지만 환자를 우선하던 그의 희생정신은 큰 울림을 남겼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병원 내 감염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었다. 병원 내 집단 감염은 물론이고 ‘슈퍼전파자’도 병원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전국 9개 병원이 폐쇄되는 이른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병원 내 감염은 면역력이 취약한 만성질환자나 고령자가 많다는 점에서 그만큼 위험도 크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의료진 5명이 지난 주말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병원에서 의료진이 한꺼번에 감염된 첫 사례로 이 곳은 폐쇄된 상태다.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도 환자 이송을 담당해온 직원이 증세가 나타난 뒤에도 환자 207명을 옮긴 것으로 드러난 뒤 폐쇄됐다.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경남 창원의 한마음병원,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 지역 대학병원들도 폐쇄됐다. 의료진과 입원 환자들의 2차 감염을 불러올 수 있는 병원 내 감염은 다른 응급환자들까지 제때 치료받기 어렵게 한다. 병원 내 감염이 감염병 사태에서 최악의 상황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역 의료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되자 정부는 감기 등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화상담 처방을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의사가 발급해 준 처방전 대신 의사가 팩스 등으로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하면 환자들이 약을 받아오는 방식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지 않는 원격 진료의 오진 가능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원격진료는 물론이고 원격 수술까지 허용하는 추세와는 동떨어진 것인데,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산과 병원내 감염 확대로 경북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응급실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공포 속에서 의료진의 투혼도 빛나기 시작했다. 특히 자원해서 코로나19 거점병원이 된 동산병원과 대구의료원을 찾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명예를 위해서도, 영웅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의료진의 손길이 필요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평범한 용기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