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의 힘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봄이 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본 이유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비교적 기온이 높은 국가에서도 꾸준히 환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보건부에 따르면 현지 코로나19 환자가 3명 추가돼 89명으로 늘었다. 요즘 싱가포르 한낮 기온은 31도까지 오른다. 최고 기온이 26∼34도인 대만과 태국 호주의 환자도 각각 35명, 28명, 22명에 달한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의 사정도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고온에서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코로나19에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날이 따뜻해지는 4월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가 겨울철에 유행하고 여름에 가라앉았다고 해서 코로나19도 그럴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365일 따뜻한 싱가포르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를 비교해 전망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일반적인 계절성 독감은 3, 4월에 접어들면 환자가 줄지만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강동웅 leper@donga.com ·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